게재일 | 2016-0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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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LA중앙일보_서혜전 |
[삶의 향기] 이 시대 참 공부인
서혜전 교무 / 원불교 LA교당
[LA중앙일보] 발행 2016/01/26 미주판 28면
얼마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내 인생에 영향을 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지인이 소개한 책이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다.
신영복 선생이 며칠 전 열반에 드셨다. 어두운 시대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20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청춘을 감옥 속에서 보내며 삶에 대한 깊은 통찰로 어둠을 딛고 일어나 우리 시대의 참스승이라 일컬어지는 분이다.
이분의 마지막 강의 '담론'을 소개한 영상을 보니 공부에 대한 말씀이 주를 이루었다. 원불교에서도 공부란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한다.
공부란 글자를 살펴보면 하늘과 땅, 그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이 들어있다. 그래서 공부는 천리, 진리, 만물화육 하는 땅의 선행과, 천지를 통합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공부는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아픔의 근원을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나'라는 정체성은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사건들로 구성된 관계 속의 '나'이다. 나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머리에서 가슴까지만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 가는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는 발로하는 것이다.
원불교인이 매일 독송하는 일원상서원문에서도 이런 공부를 하자고 한다. 바로 '심신을 원만하게 수호하는 공부' '사리를 원만하게 아는 공부' '심신을 원만하게 사용하는 공부'이다.
머리와 가슴과 발이 모두 사용되는 그런 공부이다.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경계 속에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만나지는 좋고, 슬프고, 화나고, 이롭고, 해로운 모든 일이 경계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마음이 요란해지기도 하고, 어리석은 판단으로 곤란에 빠지기도 하며, 그릇된 행동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경계 따라 일어난 그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자는 것이다.
염불이나 명상 등 일심공부를 통해 원래 요란함이 없는 마음을 회복하여 지키고, 경전을 보거나 문답감정이나 대화 등을 통해 지혜를 밝혀가는 공부를 하자는 것이다. 또한, 하기로 한 일과 안 하기로 한 일을 경우에 따라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실행함으로써 실천의 힘을 얻는 공부를 하자는 것이다. 삶이 공부이기에 삼라만상이 경전 아님이 없다.
공부는 함께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쓴 '여럿이 함께'나 '더불어 숲'이란 글씨는 손을 잡듯 이어져 있어 정겨운 느낌이 든다. 옥중에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갖게 된 것은 "다른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다. 감옥에서 "하루 두 시간 신문지만한 햇볕 한 조각이 따뜻하게 몸을 감쌀 때 살아있는 기쁨을 느꼈다"며 큰 비극을 극복하는데 반드시 큰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작은 기쁨이라도 소홀히 하지 말자.
"나에게 햇볕이 죽지 않은 이유였다면 깨달음과 공부는 살아가는 이유였다"며 우리들의 삶의 여정에 햇볕과 함께 끊임없는 성찰이 함께하기를 기원해 주신 분. 진정한 공부인으로 우리에게 공부 길을 제시하고 계신 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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