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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3.11.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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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식당 가운데에는 아줌마가 사장인 집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낯선 남자가 주인처럼 드나든다. 좀더 눈여겨보면 그 둘은 마치 남편과 아내처럼 가까운 사이 같다. 단골손님이라면 사장 아줌마가 그 남자의 두 번째 부인 노릇을 한다는 것쯤은 진작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첫째 둘째가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

식당집 남자는 지금 무척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중이다. 하던 사업이 I.M.F를 맞은 후로 아직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가 아내마저 병이 났다. 신장에 병이 깊이 들어 이식수술을 해야만 했다.

그 남자는 그나마 가진 것을 다 팔고 빚까지 얻어 수술비를 대고는 '빈손'보다 어려운 '마이너스손'이 되었다. 아내는 목숨은 건졌지만 크나큰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직선으로 뻗은 인생길을 그저 뛰기만 하면 되는 줄 알다가 낯선 커브길을 만나고는 온몸으로 감겨 붙는 불안을 남편에게 쏘는 '바가지'로 해소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내가 이제 남편에겐 두려움의 존재로 변했다.
  
생각하면 그 남자는 이중으로 고생하는 편이다. 그래서 피난처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식당을 경영하는 여자를 만나 서로에게 위로가 되면서 버팀목으로 기대며 사는 것 같다. 혼자 사는 여자가 요식업을 하려면 든든한 남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남자는, 영업집 문을 마음대로 밀고 들어와 적지 않은 돈을 갈취하는 손들을 일시에 물리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 그리고 그의 면으로 찾아오는 손님으로 인해 식당의 고객은 두 배는 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사장이 한시적인 남편에게 쏟는 정성은 지극하다. 먹새와 입성은 물론이고 보양식까지 철따라 챙기는 걸 보면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 남자의 친구까지 챙긴다. 그렇듯 정성을 다하는 여자에게 불륜이라는 말로 매도하기는 미안하다. 아무리 윤리가 시퍼렇게 존재하는 세상이라지만 말이다.
  
나는 세상이 그 두 사람의 생활을 묵인해 주기를 바란다. 아무리 훌륭한 아내나 남편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줄 수는 없다. 순결한 결혼생활만 고집하기보다는 한번쯤 숨돌리기 위해 바람구멍을 찾아 나간 자신의 반쪽을 용납하는 아량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아내 역시 혼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것은 차라리 이혼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우리의 법과 윤리의 바늘은 오로지 일부일처제와 일처일부제만 가리키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이혼이 자꾸 늘어난다는 현실 때문이다. 이혼율이 높다는 의미는 한 사람에게만 매어 살라는 엄한  제도에 대해서 이미 다른 형태로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가 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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