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싶다 (20년전 5.18당시 전북대학교에서는 계엄군의 진입으로 당시 농학과 2학년이었던 이세종 학생이 계엄군들의 집단 구타로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그 당시의 사망원인은 스스로 학생회관에서 뛰어내리다 죽은 것으로 발표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가운데 세월은 흘러 이세종은 5.18 최초의 희생자란 사실이 밝혀지고 광주 망월동 묘역으로 이장하게 된다. 그리고 전북대학교 교정에는 그를 기리는 비가 하나 서있었다 시대의 흐름이 당당하게 비를 세우는 일조차 못하게 하여 많은 사연을 간직한 채로 그늘진 자리에 낮게 서있던 비석을 드디어 2003년도 봄에 전북대학교와 5.18전북동지회와 전라고등학교가 함께 힘을 모아 기단을 세우고 사연많은 비석을 위로 올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추진 위원이었던 제가 비문으로 "다시 살아 하늘을 보고싶다"를 지었고 그 글씨를 누가 써야 하느냐로 잠시 모였었다. 그 자리에서 전주 건치 회장이신 김주환님이 신영복선생님께 한번 부탁해보란 이야길했고 결국 선생님 이메일을 알아내어 이런 사연을 적어 보내드렸다. 그 당시 만해도 선생님이 글을 써주실거란 믿음보다는 한번 해...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같은 화살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한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동같은 화살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박봉우 詩 휴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