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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꼭대기에 핀 꽃
아버님께


작년 이맘때도 개구리가 뛰어나오고 개나리가 피었다더니 금년에도 남도 어디메는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식입니다.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이 겨울의 꼭대기에서 철답지 않은 꽃이야기를 두고 저희는 잠시 어리둥절한 마음이 되기도 합니다. 동장군과의 일전에 대비하여 두꺼운 솜옷으로 무장한 이곳의 솜장군(?)들에게 이 봄처럼 다정한 겨울은 도리어 서운한 느낌마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불시에 덤빌지도 모를 동장군의 반격을 염두에 두어 항상 건강에 유의하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도 편찮으신 데 없이 안녕하시리라 믿습니다. 새해라지만 편지 한 장 때맞춰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따금 찬물로 빨래를 헹굴 때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님의 수고가 손끝에 저미듯 느껴집니다. 광목 한 통과 어머님을 바꾸자고 했던 저의 철없는 기억이 파릇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아버님께서 보내주신 편지, 정자가 부친 소포(약, 양말), 책 그리고 편지 둘, 모두 잘 받았습니다. 이번 접견 때는 다 읽은 책을 꼭 찾아가도록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형확정서 사본 1통과 저의 인장을 우송해주시기 바랍니다. 군인보험금 청구에 필요합니다. 형확정서 사본은 관할 재판소인 육본고등군법회의에서 발급할 줄 압니다. 그리고 저의 인장은 군번(242132번)이 들어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그 인장이 집에 없으면 육군 규격에 맞도록 만들어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영석이가 장교였으니까 잘 알 줄 믿습니다만 구(舊) 군번(66-11040?)으로 된 것은 사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의 형확정일자는 70년 5월 5일입니다.

 

197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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