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머님께서 애태우시던 병인년 한 해도 이제 며칠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한 해를 마지막 보내는 세모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흡족함보다는 부족함을 더 많이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하물며 가까이서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기는커녕 20여 년 동안 부모님의 애물이 되어 또 한 해를 보내는 심정이 흡족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비록 병석에 계시긴 하지만 어머님의 환후가 그만하신 것이 다행스럽고 또 아버님께서는 저술과 집필 등으로 변함없이 정진하고 계심을 생각하면, 이는 아버님 연배의 노인들에게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됩니다. 세모의 갖가지 아쉬움 속에서도 이에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