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청산을 이루어 녹색을 함께 해 오던
나무들도 가을이 되고 서리가 내리자 각기
구별되기 시작합니다. 단풍드는 나무, 낙엽지는
나무, 끝까지 녹색을 고집하는 나무 ...
바람이 눕는 풀과 곧추 선 풀을 나누듯 가을도
그가 거느린 추상(秋霜)으로 하여 나무를 나누고
심판합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
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
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
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
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
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
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없는 사람이 살기는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징역살이는 여름이 더 괴롭습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36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그리고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구나 그 증오가
자기의 고의적인 소행때문이 아니라 자기의 존재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가장 큰 절망은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로부터 옵니다. 증오의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자기혐오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따뜻한 가슴(warm heart)과
냉철한 이성(cool head)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적으로 '사람'이 되고
사회적으로 '인간'이 됩니다.
이것이 사랑과 이성의
사회학이고 인간학입니다.
사랑이 없는 이성은
비정한 것이 되고
이성이 없는 사랑은
몽매蒙昧와 탐닉耽溺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