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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6.11.03 18:32

오늘은 그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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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대의 날
여기 그대를 위해
가난한 내 손으로
빨간 촛불 하나 밝히네
그대 어느 절망 앞에 서더라도
혼의 빛 잃지 않기를
그대 고운 눈 속에
별 하나 반짝이기를
밤이 스러진 새벽녘에
종소리 멀리 울리듯
그대 깊은 가슴 속에
음~~늘 깨어 있기를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오늘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축가로 불러 준 노래다.
2절까지 다 부르고 싶었는데, 2절은 커녕 1절도 다 못 부르고
무너졌다.( 내가 하도 노래를 못 부르다보니 그게 그렇게 우스운지
녀석들이 책상 두드려가며 웃고 난리도 아니어서...^^)
그래도 꿋꿋이 표정관리하며 진지하게....오늘 너희들의 날인 '학생의 날'인데
진심으로 축하한다고....한마디 했다.
녀석들...웃음기 다 가라앉지도 않은 얼굴들이지만
그래도 선생이라는 작자가 지네들 날이라고 형편없는 실력으로
축가라는 것을 불러주며 축하하는 게 기특했던지
꽤 진지하게 이어지는 내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준다.

문득 교단에 처음 서던 초임 시절이 생각난다.
동료교사 몇명과 수업시간 때마다 들국화 한송이씩 들고 들어가
교실 칠판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놓고 색분필로 '축 학생의날'이라고
커다랗게 써놓고 한시간 내내 수업 제끼며 축가도 부르고
학생의날의 의미와 참다운 학생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이렇게 몇몇 교사들이 학교 눈총 받아가며 개별적으로 하던
<학생의 날> 축하도 이젠 편하게 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2년째 학교차원의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급식실 옆 등나무에다 학생회 아이들과
" 더불어 성장하고 서로서로 존중하는 영파를 만들어요! "
          - 영파여자중학교 교사 일동 -                            
이라는 큼직한 현수막도 내 걸고,
1교시 수업시간 10분 정도를 할애해서(교과 선생님들 양해를 구하고)
전교실에 <1318 바이러스>라는  청소년 단체가 직접 제작한 동영상,
학생의 날의 기원과 의미와 오늘날 학생들의 현실도 담긴 동영상을 방영해
전교생이 시청토록 했다.
그리고 학교예산으로 '학생의날 기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펜을 만들어
모든 아이들에게 기념품으로 하나씩 나눠주고
어제는 수업 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의날 기념 영화상영'도 했다.
학원에 시달리는 아이들 현실 때문인지 많은 학생들이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40여명의 아이들이 학생회 주최로 상영된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를 봤다.
영국의 가난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주인공 소년이 발레의 꿈을 잃지 않고
온갖 역경을 헤쳐 나가는 성장 영화였는데
영화를 관람했던 아이들 모두가 감동을 많이 받은 눈치였다.
그 밖에도 학생회 아이들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생의날'로 4행시 짓기,
학생들이 학교에 가장 바라는 것들에 대해 스티커 부치기 등을 하며 보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밀려오는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있다.
여전히 아이들이 학교의 주인으로, 자신들의 날의 주체로
우뚝서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언제쯤 우리 아이들이 학교의 주체로,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서게 될까.
그런 날이 언제쯤 우리 곁으로 달려올까.....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모두 퇴근한 교무실에 혼자 남아
<학생의 날>인 오늘 하루를 생각하다 이런 아쉬움에까지 이르다보니
문득 엊그제 읽은, 우리 전교조 동료 조합원이기도 한 시인 조향미 선생님의
시가 떠 오른다.

  

<  허생전을 읽는 시간 >


재물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느냐
만 냥 빚을 얻어 과일과 말총 장사로
수천 빈민을 구제했던 허생은
오십만 냥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다시 초가집 선비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혀를 찬다 아까워라
허생의 꿈은 돈이 아니었다
너희는 어떠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외친다
돈!
혹시 도는 없느냐
한두 아이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주책스런 질문을 했구나
감히 무엇을 돈에 비길 것인가
선비가 말총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도는 이미 찌그러진 갓이 되었다
도는 돈을 살찌우지 못하므로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라님도 도를 권하지 않는다
가정도 학교도 국가도 시장이 된 세상
맹렬히 돈을 꿈꾸는 것이 가장 옳은 도다
아이들은 돈의 도를 위하여
밑줄 긋고 별표 치며 허생전을 읽는다
허생은 찌그러진 갓을 쓰고
휘적휘적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좇는 한두 아이
외롭고 맑은 눈이 보였다.


- 조향미, < 허생전을 읽는 시간> -



2006년 11월 3일  <학생의 날>,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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