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르기에 너무 미안한 이름

by 박 명아 posted Nov 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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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들같이
너도나도 씩씩하게 어서 자라서
새나라의 기둥되자 우리 어린이~

위의 노래는 내가 초등학교 때 배운 노래다.
나는 이 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나무들이 얼마나 팔이 아플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의 어린 눈에는 나무들이 언제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한 번도 팔을 내린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의 눈에는 나무들이 희망으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것이 아니라 두 팔을 들고 벌 서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져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했다.
더우기 그 다음에 내가 배운 나무의 노래는 그런 나의 마음을
더욱더 굳히기에 알맞은 노래였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오지 않는 추운 겨울에
바람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이 노래를 배우고 난 후 나무를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더욱더 미안하고 애처러웠다.
한번도 앉거나 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홀로 비 바람과 눈을 맞으며 서 있는 나무를 보는 것은
어린 나에게는 미안함을 넘어서 고통이였다.

어렸을 때 그 기억이 나의 마음에 얼마나 깊고 날카롭게 각인되었는지
지금도 누구의 이름 뒤에 나무님을 붙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머뭇거려지고 쉽게 부르지 못한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앉지도 쉬지도 못하고
눈,비와 바람을 맞으며 홀로 숲을 지키고 있는
외롭고 힘든 나무가 되라는 말 같아서 한없이 미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벌게지며 떠듬거려지는 것이다.

어제 밤에는 천둥과 벼락으로 그나마 제대로 단풍이 들지 못한
나뭇잎이 낙엽으로 떨어져 땅에 가득하다.
이제 나무들은 몇 안되는 잎을 겨우 자신의 몸 위에 걸치고 있을 뿐이다.
겨울이 오면 나무들은 저 잎마저 떨어뜨리고 벌거벗고 숲을 지키겠지.....

그렇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면

꼭 봄은 온다.

지금까지 한번도 어긴적 없이
자연이 내게 지켜준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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