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들같이
너도나도 씩씩하게 어서 자라서
새나라의 기둥되자 우리 어린이~

위의 노래는 내가 초등학교 때 배운 노래다.
나는 이 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나무들이 얼마나 팔이 아플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의 어린 눈에는 나무들이 언제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한 번도 팔을 내린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의 눈에는 나무들이 희망으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것이 아니라 두 팔을 들고 벌 서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져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했다.
더우기 그 다음에 내가 배운 나무의 노래는 그런 나의 마음을
더욱더 굳히기에 알맞은 노래였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오지 않는 추운 겨울에
바람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이 노래를 배우고 난 후 나무를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더욱더 미안하고 애처러웠다.
한번도 앉거나 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홀로 비 바람과 눈을 맞으며 서 있는 나무를 보는 것은
어린 나에게는 미안함을 넘어서 고통이였다.

어렸을 때 그 기억이 나의 마음에 얼마나 깊고 날카롭게 각인되었는지
지금도 누구의 이름 뒤에 나무님을 붙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머뭇거려지고 쉽게 부르지 못한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앉지도 쉬지도 못하고
눈,비와 바람을 맞으며 홀로 숲을 지키고 있는
외롭고 힘든 나무가 되라는 말 같아서 한없이 미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벌게지며 떠듬거려지는 것이다.

어제 밤에는 천둥과 벼락으로 그나마 제대로 단풍이 들지 못한
나뭇잎이 낙엽으로 떨어져 땅에 가득하다.
이제 나무들은 몇 안되는 잎을 겨우 자신의 몸 위에 걸치고 있을 뿐이다.
겨울이 오면 나무들은 저 잎마저 떨어뜨리고 벌거벗고 숲을 지키겠지.....

그렇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면

꼭 봄은 온다.

지금까지 한번도 어긴적 없이
자연이 내게 지켜준 약속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45 신영복 선생님의 달력이 나옵니다 1 이경아 2006.11.06
1544 산다는 것이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면 1 박 명아 2006.11.06
1543 퇴직후... 김동영 2006.11.06
» 내가 부르기에 너무 미안한 이름 3 박 명아 2006.11.05
1541 오늘은 그대의 날, 3 조원배 2006.11.03
1540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8 박 명아 2006.11.03
1539 재떨이 209 萬人之下 2006.11.02
1538 11월 6일 [노동대학]에서 선생님 강연이 있습니다. 2 장경태 2006.11.01
1537 소나무 향기 가득~사람냄새 폴폴~ 울진열린모임에서.. 6 최윤경 2006.11.01
1536 길벗 삼천리: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3 문봉숙 2006.10.31
1535 이 좋은 계절, 10月이 다 가기 전에 3 문봉숙 2006.10.31
1534 [울진 열린모임 정산] 올해 열린모임 마침표를 찍으며 6 그루터기 2006.10.31
1533 참 소중한 만남: 노촌 이구영 선생님 2 문봉숙 2006.10.28
1532 바깥 7 조원배 2006.10.26
1531 축하해주세요~ 9 심은하 2006.10.26
1530 아이들과 함께 새 길을 만들어가면서... 1 레인메이커 2006.10.24
1529 산의 미학 박 명아 2006.10.24
1528 [re] 금정산의 미학 또는 금정산 소개하기(2) 유천 2006.10.26
1527 [re] 금정산의 미학 또는 금정산 소개하기(2) 6 박 명아 2006.10.27
1526 더불어숲 나무님과 슬픔을 나누며 이식열 2006.10.24
Board Pagination ‹ Prev 1 ...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