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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이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면
나는 지금 살고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절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나는 더 이상 상처 받고 싶지가 않다.
더 이상 사람에게 절망하고 싶지도 않고
더 이상 사람에게 넌더리를 내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나는 상처를 두려워하는 못나고 비겁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들이 상처를 받는 것을 허락하여
자기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면 솔직히, 이제는 자신이 없다.

다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어쩌면 나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곳에 새살이 돋아 다시 상처를 받아도 될 만큼
단단한 살이 올라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지도 모른다.

나는....
회복 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쉬어야한다.
어쩌면 생각보다 긴 '휴식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자연'이라는 '쉼터'에 내 자신을 내려놓고
어쩌면 아주 오래동안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침 튀겨가며
장황하게 떠드는 빈 껍데기뿐인 이론에도 신물이 났고,  
경험과 아픔이 실리지 않은 단어만 나열된 죽어있는 논리들로
쉴새없이 앵무새처럼 떠들어대는 것에도 진절머리가 났다.

우리가 신영복 교수님을 존경하고 그 분에 말씀에 감동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 분이 세상의 가장 바닥까지 내려가서 올라오신 분이라는 것,
그리고 철저히 자신의 모든 것을 깨트리는 아픔을 겪으신 분이기에
그 분의 한 말씀 한 말씀이 오만한 학자들의 이론만 살아있는 공허한 논리가 아닌,
살아있는 울림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한 때 신영복 교수님이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안타까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만일 그 분이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
10월 유신, 10.26사태, 12,12쿠데타, 5.18,광주항쟁 6.29,선언 등을 겪으며
그 분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도 정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차라리 그런 격동의 시기에 사회와 완벽하게 격리된 인생이라는 '대학'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깨지고, 터지고, 다시 세우는 고통과 인고의 세월을 겪은 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들에게나 신영복 교수님에게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이 '감옥'이라는 '대학'에서 자신의 옷을 벗고  
가혹하게 자신을 비우고 다시 담는 작업들을 할 수 없었다면,
그 분이 인간과의 관계가 철저히  격리되는 '감옥'이라는 곳에서
죽음과 직면하는 고독과 자기성찰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동양철학의 근본의 되는 '관계론'에 주목하여
우리들의 영혼을 깨우는 강의를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더이상 신영복 교수님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도
우리 사회가 20 년간 그 분을 잃은 것을 아까워하지도 않기로 했다.

본인에게는 뼈를 깍는 고통과 피를 말리는 인고의 세월이였지만
그 때 그 분은 어쩌면 가장 적합한 시간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신영복 교수님은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할 분이므로.

언젠가 나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게 되길 소망한다.
어쩌면 이미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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