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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6.11.08 10:26

자식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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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오다 나는 발에 물컹~하고 밟혀지는 것이 있어
무엇인가,  하고 나의 발을 들어보았다. 나는 악!!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 것은 악취를 풍기는 오물이였다.
어제 딸이 졸업 전시회 준비 때문에 바빠 돌볼 수 없다며 가져다 놓은 강아지들이
밤새 집안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사방에 오물을 싸 놓은 것이다.
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나는 한발을 든 채 비명을 지르며 아들을 불러 재치기 시작했다.아들은 나의 외침에 자다 놀라 뛰쳐 나왔다.
나는 거의 울부짖으며 내 발을 들어보이고 어서 강아지들을 치우라고 소리쳤다.
나의 심각한 결벽증은 도무지 강아지들을 키우기에 적합한 성격이 아니다.
아들은 강아지들을 데리고 씻기러 목욕탕으로 들어갔다.이제 저 오물은 완전히 내 차지다. 내가 치워야한다. 덜렁덜렁한 아들에게 맡길 수도 없다. 나는 발을 락스로 소독하여 씻고 거의 울면서 오물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아들은 강아지들을 씻긴 후 다시 집안에 내려 놓았다. 나는 울부짖을 듯이 어서 가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들은 절대 내 말을 듣지 않고 불쌍해서 못 가둔다는 것이였다.엄마는 너무 못됐다며 강아지들이'불쌍'하지도 않느냐며 바락바락 우긴다.나는 '불상'은 절에 많다며 어서 가두라고 소리쳤다. 아들은 저렇게 못돼고 독한 엄마는 처음이라며 절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나의 아들에게 악을 쓰기 시작했다.
"너는 엄마보다 개새끼들이 더 소중해!"
아그래빠처럼 정교하게 조화된 잘 생긴 아들의 얼굴에 잠깐 서운함과 실망감이 스친다.
"엄마는 항상 그런 식이야. 언제나 근원적으로 갈등해야 하는 것을 치사하게 물고 늘어지지!"
나도 지지않고 소리쳤다.
"내가 언제? 그리고 강아지새끼들 때문에 엄마와 비교하여 근원적인 것을 따지게 생겼니!! 도대체 강아지 새끼들 가지고 뭐가 근원이고 뭐가 갈등이야? 무식한 놈이 근원적인 말은 한마디 배웠나보네! 아무데나 써먹게! 거기에 근원이 갑자기 왜 나와! 그럼 이제부터 내가 근원적으로 말하겠다.어서 강아지나 가져다 넣어!"
아들은 내 고함에 아무 말 없이 강아지들을 자기네 집에 들여보내며 말했다.
"엄마 못됐으니까. 너희들이 이해해라. 엄마는 갇혀 지내는 마음을 모르나보다."
아들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려 나는 아들이 학교로 가고 난 다음 강아지들을 풀어주며 부탁하였다.
"애들아. 제발 조심해. 여긴 내 공간이야. 난 너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렇다고 너희들에게 나쁜 감정은 조금도 없어. 다만 내 성격이 너희들을 좋아할 수 없게 만드는 거야. 지금 와서 내가 성격을 고치기도 힘들잖니.그러고 고칠 시간도 없고,그러니 제발 아무데서나 오물로 더럽히지 말고 조심해서 돌아다녀."
강아지들은 새까만 눈동자를 뜨고 나의 눈을 가만히 주시하며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강아지들의 알아 들었다는 표정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강아지들은 풀려나자마자 신난다며 두 마리가 뛰고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안심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에 아침을 먹기 위하여 부엌으로 걸음을 옮겨 놓는 순간  다시 발에 물컹~거리는 느낌에 이제는 비명을 지를 기력도 없어 그냥 징징 울어버렸다.
"이 개같은 것들아! 아니,개같은 것들이 아니고 개지, 이 개새끼들아! 말귀를 알아듣는 것처럼 하더니 이게 무슨 짓이야!"
우선 나는 냄새 때문에 견딜 수 없어 창문을 열었다. 창문으로 훅~하니 어제 비로 떨어진 낙엽들의 향기가 들어온다. 아~이 좋은 향기도 이제 끝이구나,나는 징징거리며
한쪽 발을 들고 토끼뜀으로 씻으러 갔다.
'다 늙어서 토끼뜀을 뛰고 이게 무슨 짓이야...아이고 내 팔자야.'
발을 씻고 나오니 강아지들은 풀어 진 자유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카핏위로 오물들을 묻혀 놓고 난장판을 쳐 놓았다.
나는 이제 거의 울부짖으며 카핏을 걷었다.
"나는 이제 오물에서 해방되고 싶어! 자식들 키울 때 오물 치우느라 그렇게 힘이 들다 병간호에 또 오물 치우고 이제 좀 쉬고 싶은데 왜 너희들까지 와서 난리야! 제발 이제
나를 좀 편하게 쉬게 해줘!"
강아지들은 나의 울부짖음과 같은 고함에도 아랑곳없이 좋아라 뛰어다닌다.
집 안이 시끄럽자 밖에 살고 있는 개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열려 있는 창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다 안에서 뛰어 노는 강아지들을 발견하곤 정신없이 짖어댄다.
'컹컹...너희들은 뭔데  거기서 사냐! 어서 나와라!' 대충 그런 뜻인 것 같았다.
집 안은 오물에 밖은 큰 개들에 짖음에 개판이 되어버린 집에서 나는 정신이 없었다.
"야! 이 개같은 것들아! 아니, 이 개들아! 제발 조용히 해. 너도 억울하면 똥개로 태어나지 말고 애완견으로 태어나지 그랬어! 조용히 해!!"
나는 열어 놓은 창문을 닫으며 소리를 질렀다.
강아지들은 풀려난 자유에 기쁜지 한바탕 뛰어다니며 집안을 오물천지로 해놓고 피곤한지 낑낑거리다 제 집으로 들어가 얌전하게 몸을 뉘이고 눈을 감는다.
잠자는 모습은 천사같다. '그래, 자라, 너희들은 잘 때가 제일 이쁘다,'
강아지들이 더렵혀 놓은 집안을 락스로 치우고 소독하며 나는 입맛을 잃는다.
'오늘도 또 밥 먹기는 다 틀렸구나.' 나의 심한 결벽증은 나를 피곤하게 하지만 아무리 고치려고 노력을 해도 허사였다. 세상에 처음 나온 새내기였을 때 선배들이 대접 하나로 따라주는 소주보다 손가락으로 집어주는 안주를 더 무서워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술을 마시니 희안하게 손가락으로 집어주는 안주에 대해 무서운 마음이 옅어졌다. 그 후로 나는 밖에서 무엇을 먹을 때는 항상 먼저 술 한잔을 마시고 난 후에야  식당에 있는 수저를 들고 음식을 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내가 항상 술에 취해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이런 못된 병을 가지고 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조르고 조르던 딸에게 큰 결심을 하고 강아지를 사 준 것은 올해였다.
단, 철저히 자신이 키운다는 조건하에서, 그런데 살다보니 이렇게 내갸 키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식이 뭔지.... 절대 자식이 아니면 이런 위험천만한 용단을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자식이 자기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다며 수업도 빠지고 징징 울고 있었다.
나는 딸의 남자친구가 훈련소로 들어가기 전 함께 식사를 하며 술 한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분단국가에 남자로 태어난 것이 힘든 일이다. 하지만 군대란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 그리 나쁜 곳 만은 아니다. 자신과 정직하게 마주하고 자신이 군대를 다녀와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치열한 '장'으로 생각해라. 적어도 자기 자신을 책임지고 살아야 할 길은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나의 딸과 결혼한다니 하는 말이지만 딸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만큼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어야 결혼도 하지 않겠느냐, 나는 내 딸과 결혼할 사람의 집안을 보지 않는다. 부모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딸과 살 사람이 중요하지 집안이나 부모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내 딸이 집안과 부모와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내 딸과 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결심을 하고 사는지를, 희망을 걸 만한 사람인지만을 본다. 그리고 사는데 도움이 될 부모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편한 일이겠지만 그런 부모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면 적어도 자신은 그런 부모에게 한 가지는 배운 것이 된다. 자신은 절대로 나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은 가지지 않겠다는 것을 부모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러니 부모에게 감사하고 2년동안 몸 건강하게 다녀와라. 이제 적어도 축구 보려고 입대를 연기하는 그런 젊음의 용감함은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딸의 남자친구를 훈련소로 들여보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딸에게는 내가 부탁하고 싶은 말을 전하였다.
"아직은 젊으니 앞 날은 장담 할 수 없다만, 저 아이와 결혼을 하던지 안 하던지는 전적으로 너의 선택에 달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지켜라. 사는 것이 전쟁이라면 나는 내 딸이 상대방이 대응 할 수 없는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상자"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 '상자'의 뚜껑마저 닫는 비겁한 싸움은 용납할 수 없다. 싸우더라도 상대방이 적어도 도망 갈 길만이라도 있을때 싸워야한다. 너는 내 딸이니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것이다."
딸을 학교로 돌아가는 역에 내려주고 나는 딸의 강아지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트렁크 하나 가득한 강아지들의 짐을 끙끙거리며 내려놓고 강아지들을 집으로 풀어 놓곤 한숨 돌리고 따뜻한 차 한 잔 가지고 와 잎을 떨군 앞산을 바라보고 섰다.
'나라고 왜 부로로서의 욕심이 없겠는가. 하지만 그 욕심들을 가지고 자식에게 종용하다보면 결국에는 나의 욕심으로 나의 자식들 가슴에 상처를 입힐 지도 모른다. 넘어지더라도 깨지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두어야 한다. 다만 부모는 자식이 택한 길에 조용한 길잡이만이 되어 주어야한다.자식이 밤 길을 잃고 헤맬 때, 자식이 길을 잃고 두려움에 떨 때 조용히 길을 안내해 주는 '등대'이자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나의 욕심을 묻자, 욕심을 버리자. 자식은 내가 낳았지만 내 소유가 아니다.세상에 내 소유란 없다 내자신 조차 내 소유가 아닌 것을....' 나는 그렇게 내 자신을 타이르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으니 아들이다.
"엄마.강아지들 풀어 주었어? 강아지들 너무 갇어 놓으면 우울증 걸려 죽는데. 그러니 엄마 강아지들 좀 풀어 줘."
"야! 넌 엄마보다 강아지들이 그렇게 걱정이 되니? 엄마는 죽어도 괜찮고? 학교에 가서 엄마 걱정으론 한 번도 전화 건 적이 없던 놈이 강아지 때문에 전화를 해! 내가 저 놈의 강아지새끼들을 오늘 다 팔아버릴거야.!!"
아들은 나의 고함소리에 엄마 병이 다시 도졌구나,했던지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부부는 원수들의 만남이고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라더니 이 것들은 자식이 아니라 전생에 빚쟁이들이야! 내가 도대체 이 것들에게 무슨 빚을 이리 많이 진거지?'

그러면서 이 시간 오늘, 나는 딸이 맡기고 간 강아지들의 오물을 치우고 개판이 되어버린 집을 둘러보며 이제 편한 세상은 다 살았다는 생각에 한숨 쉰다.
'자식이 뭔지....부모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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