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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감포 (경주시에서 한 시간 거리, 바다가 아름다운 "달콤한 항구" 마을")의
"초목같은 사람들"이 저에게 별명 하나 지어 주었습니다.  

얼마 전, 막차로 경주에서 돌아오는데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터미날 앞
'일락수퍼' (이름만 '수퍼'이지 동네 구멍가게!)에 들려 우산을 하나 달라고 했더니 주인 아지매가 5천원짜리만 남았다며 "이거 쓰고 갔다 내일 가져 오소" 하시는 거
였어요.  그래서  "괜찮아요, 하나 주세요, 아주머니도 필요하시잖아요?" 했더니
우산을 손에 쥐어주며 "아이고, 우산 장사가 우산 없을까 걱정하나?" 하시며 등을
밀어내십니다.  고맙기도하고 미안해서, "그럼, 잘 쓰고 내일 꼭 가져올게요.
고맙습니다," 인사했더니, "아이고, 내일이고 모레고, 안가져오고 그냥 써도 된다"
하십니다.  그래서, "혹시, 저를 아세요?" 했더니, 웃으며, "아레께 교회에서 영어
가르친다꼬 인사 안했나?"  이제보니 감포 제일 교회를 다니시는 분 이였습니다.

그렇게해서, 비오는 날, 우산선물로, 우리의 우정이 시작 되었습니다.  가끔 막차로
올 때면 함께 있다가 가게 문닫고 같이 걸어기도 하며 이 멋진 경상도 미인 아지매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랬는데, 바로 지난 주쯤, 어디 갔다가 오랜만에 가게에
들려 얼굴 내밀었더니 반가워 하시며, "어데 갔다 왔노?  한참 안보이데?  무슨 일
났나, 아주 가뻐렸는가 모두 와묻고 걱정 안했나?"  그래서 "누가요?"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물었지요.  그랬더니 얼른, "이 동네 사람들, 채소파는 아지매들, 사과
장사, 콩나물 장사 다 와서 묻고 아메리카 와 안보이노, 아주 가뻐렸나 걱정했다..."

"에?!  아메리카...요?" 하고 물었더니 말 실수를 하셨다는듯이 웃으며, "아, 그기,
계속 아메리카 여자, 아메리카, 아메리카, 해쌌타가 그냥 아메리카로 부른다."

저는 속으로 "나는 아메리카 아닌데, 완전 Made in Korea 인데... 그리구 아메리카를
진짜 싫어하는 사람인데..." 생각하고 한숨내쉬며 그냥 웃고 말았지요.  저의 눈치를
보시며 음료수랑 아이스크림 권하며 미안해 하시는 아지매를 보고 "이 아메리카가
오늘 좀 피곤해서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인사하고 손 흔들고 올라가는데 아지매의
웃음소리가 한참 귓가에 들렸습니다.  혼자 걸으며, "아메리카?!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아메리카 맞긴 맞지..."  별명보다도, 나에 대해서 관심 쏟는 감포 사람들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 며칠, 지리산에 다녀오면서 전화 연락을 못 드리고 가게에 들렸더니, 아지매 왈,
"삐졌나?!  아메리카라 해서 삐졌제?  그래서 전화 꺼놓고 내 전화 안 받는거 맞제?"
하시는 겁니다.  "아니요, 저 아메리카 맞는데 삐지긴 왜요?  그 이름 좋은걸요?"
했더니 손뼉을 치며 웃으며 좋아하십니다.  "그리구, 저요, 잘 안삐져요.  삐져도
미리 삐졌다구 말 하는 사람이니까 걱정 마세요," 하고는 "다음 주에 아메리카 진짜
아메리카 갑니다.  그래도 아메리카 갔다가 금방 올거니까 걱정 마세요, 네?" 했더니
좋다고 웃으시며, "아메리카 간다꼬... 식구들 뭐 좋아하나... 오징어 좋아하나...
멸치줄까, 뭐줄까...." 하시며 이것저것 비닐 봉다리에 넣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몇명의 감포 "초목같은 사람들"이 나를 '아메리카'로 부르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애정어린 관심이, 그 정겨움이, 그 정깊음이 한 없이 고맙고 흐뭇하게
만듭니다.  보이죠, 감포의 '아메리카' 여기 글 올리며 함박웃음 짓고 있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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