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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6.11.26 08:14

아들의 첫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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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가슴아~가슴아 울지 마~
갑자기 온 방을 가득 메운 소리에 놀라 감겨있던 내 눈이 떠졌다.
아침부터 아프기로 작정하고 누워 있던 나였다.
나는 언제든지 아플 준비가 되어있고 아파야 한다면 언제나
아플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날도 아프기로 작정하고 누워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절규와 같은 노래 소리에 눈을 뜬 것이다.
그 노래는 아들의 핸드폰에서 나오고 있었다.
핸드폰에서 노래가 나오는 것을 보니 아들이 잘 시간이 된 모양이다.
“그 놈의 가슴, 아직도 우니? 도대체 언제까지 울 건데?”
나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엄마, 왜 그래? 이건 그냥 노래인데?”
아들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었다.
“너 다 알아! 그 계집애한테 차이고 나서부터 그 노래 들었잖아?”
나도 지지 않고 소리 질렀다.
“아니거든! 이 건 그냥 노래거든! 노래가 좋아서 듣는 건데 차이는 것과
무슨 상관이야?”
“노래도 너의 마음을 대변해 주니까 좋은 거 아니야? 바로 지금의 너의 마음 상태가
그렇다는 거 아니냐고? 지금 너의 마음이 울고 있다는 거 아니냐고?”
“아니거든! 아니라니까 왜 그래!”
아들은 심각하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심각하게 화를 내는 것 보니 아들의 아픈 곳을 찌른 것 같았다.
더 이상 나가면 서로 좋을 것이 없어서 나는 그 선에서 입을 다물었다.

올 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은 도통 엄마 외에는 여자에게 관심이 없어서
자기 누나에게 ‘마마보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아들의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나의 아들은
여자에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아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생겼다며 어떻게 고백하면 좋겠느냐고
나에게 상의를 해왔다.
나는 우선 아들에게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말에 반가웠다.
그렇지 않아도 생김새도 여자 같은 아들이 혹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하면 어쩌나, 하고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던 참 이였다.
그런데 여자를 좋아한다니 이 것은 아들이 정상이라는 말 아닌가.
나는 아들이 정상이라는 생각에 우선 기쁘고 반가워 이리저리 궁리를 하며
어떻게 하면 아들의 첫 고백을 멋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몇 달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비트박스를 불러주며 고백을 하겠단다.
“뭐라고? 제발 그러지 마. 정말 그러려는 생각은 아니지? 갑자기 여자를 불러내어
온 몸을 떨며 입술을 씰룩여가며 뱀을 부르는 땅꾼 같은 소리를 내면 여자가 놀라 도망가겠다.”
아들은 나의 말에 반박했다.
“엄마, 이건 비트박스지 땅꾼이 뱀 부르는 소리가 아니거든?”
그런 말에 질 내가 아니다.
“그런데 네가 부르는 비트박스는 온 몸을 개 떨 듯 떨며 마치 땅꾼이
뱀 부르는 소리로 들리지, 전혀 멋있지 않거든!”
아들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힐끗 보니 아들의 귀 밑이 붉다.
나는 미안한 생각에 침묵하고 있는 아들에게 말을 붙였다.
“아들, 이건 엄마 생각인데 그냥 단백하게 고백하는 게 어떠니?”
나의 제안에 아들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엄마, 나이 수대로 장미15송이 주고 고백할까?”
“그러다 딱지 맞으면 그 장미 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말고 그냥
깔끔하게 고백해.”
“싫어! 장미주면서 고백할 거야.”
“그럼, 15송이 말고 1송이만 주면서 고백해.”
“엄마, 1송이는 너무하다, 그냥  2송이 주면서 고백할래.”
“야! 이 무드 없는 놈아! 2송이는 뭐냐? 차라리 1송이가 낫다. 그러지 말고  
1송이로 해.
그러다 너의 고백을 받아 들여서 같이 사귀게 되면 그 때 15송이를 주던지 하고.”
“알았어.”
아들은 순순히 나의 말에 수긍을 해 주었다.
“그런데 고백할 여자가 누구냐?”
은근한 나의 물음에도 아들은 절대 대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절대 말 안 해."
아들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았다.
"아들, 우리는 서로 비밀이 없기로 했잖아. 그러니 말 해 봐. 너와 같은 반이야?”
나는 목소리를 한층 누그러뜨리고 물었다.
“응, 반은 같아.”
아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럼, 재은이니?”
나는 같은 반 중에서 내가 제일 낫게 생각하는 아이의 이름을 대었다.
“아니.”
“그럼 성희니?”
“아니.”
“그럼....누구야...그 외에는 인물이 없던데.....”
“엄마는 몰라도 돼.”
아들은 나의 수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럼 한 가지만 묻자. 그 아이가 왜 좋은 건데?”
나는 한 걸음 후퇴했다.
“무슨 좋아하는 것도 이유가 있나? 그냥 그 아이의 눈이 예뻐.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
“그래? 엄마 기억으론 너의 반에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을 만큼 눈이 예쁜
아이는 없던데....”
“엄마는 몰라도 돼. 그리고 그건 주관적인 거지, 엄마 눈에도 꼭 예쁘게 보여야 되는
것은 아니지.”
“그래, 온달아! 잘 났다!”
나는 왠지 모를 서운한 감정에 목소리를 돋우었다.

그런데 몇 칠이 지나도 아들은 도통 고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내가 더 애가 타 물었다.
“고백했니?”
“아니, 그 애가 오늘은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서 못 했어.”
“야! 이 비겁한 겁쟁아! 차일피일 미루다 언제 고백하려고 그러니? 어서 고백해!”
아들보다 내가 더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아들이 고백을 했다.
아들은 풀이 죽었다.
세상의 모든 고민들을 다 짊어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미인 나는 왜 그렇게 아들의 풀 죽은 모습이 우습고 실실 웃음이
나던지 내가 생각해도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고 심각한 듯 물었다.
“어떻게 됐는데?”
“좋아하는 친구가 이미 있데....”
아들의 목소리는 땅 속에서 울려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그럼,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나에게 미안해하지 말라고...그리고 꽃은 너 주려고 샀으니 받으라고, 안 받으면 버리겠다고 했어.”
“우리 아들 멋있게 잘 했네! 그 것 봐 만일 꽃을 15송이 샀으면 어쩔 뻔 했니? 1송이였기에 망정이지....”
“.........”
아들은 묵묵부답 말이 없다.
그 때 아들의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들어 왔다는 신호가 울린다.
아들은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해보더니 얼굴이 더욱 어두워진다.
“무슨 문자인데?”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친구가 한 번 차인 거 가지고 뭐 그러냐고.... 자기는 세 번이나 차였다고
힘내라고....”
“아이구...바붕이들...정말 잘들 났다.....그러니 왜 좋은 감정은 생겨서들 난리야!”
“엄마, 좋은 감정이 어디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거야?”
아들이 화를 내었다.
천번 만번 아들의 말이 맞다.
그런데도 나의 다른 한 쪽의 마음이 이상하게 쓰리다.
“도대체 어느 계집애가 너를 차니? 너보다 공부 잘해? 그리고 너보다 잘 생겼어?”
“엄마, 유치하게 굴지 마. 거기에 왜 공부가 나오고 인물이 나와?”
“아니, 내가 보니까 너희 반 여자 아이들 내가 보기에 너보다 나은 아이가 한 명도
없던 거 같은데....도대체 어느 계집애가 우리 아들을 차냐고!”
“엄마, 제발 고슴도치 사랑 그만 둬! 하나도 위로 안 돼!”
“.........”
이번에는 내가 입을 다물었다.

아들의 첫 실연의 휴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들은 매일 밤마다 울지마~가슴아. 가슴아~ 울지마를 듣더니
그 마른 몸매가 심각할 정도로 더욱 말라갔다.
“잘났어! 정말! 내가 그 계집애를 가서 죽여 버릴 거야! 어서 이름 대! 어느 계집애야!”
그날도 식탁 앞에서 밥그릇을 앞에 놓고 깨적거리는 아들에게 나는 소리를 질렀다.
마침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딸이었다.
나는 다짜고짜 딸에게 하소연 하듯 목소리를 높이며 흥분했다.
“얘, 잘난 너의 동생 실연 당해서 말라 죽게 생겼다. 아이구! 내가 정말 못 살아.
남매는 용감했다고...어찌 하나 다 들 그러니...내가 정말 늙는다...”
“뭐라고! 우리 동생이 차였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어느 년이 우리 동생을 차?
얼마나 잘났기에?”
딸의 동생에 대한 고슴도치 증상은 나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았다.

시험이 끝나고 몇 칠이 지난 어느 날 아들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재홍이의 성적이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어떻게 된 일인지....이렇게
떨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재홍이에게 혹 무슨 일이 있나요?”
선생님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조심스러웠다.
“아! 선생님 염려 마세요. 재홍이가 여자친구에게 고백을 했다가 실연을 당했답니다. 그래서 휴유증이 조금 있을 겁니다. 걱정하시지 마세요. 곧 제자리로 돌아오겠지요....선생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저도 속은 조금 상하지만 커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잘 알았습니다.”
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아는 것인지 선생님의 목소리가 별일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듯 금방 밝아졌다.
하긴, 선생님께서도 젊은 신세대니 아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나에게 따지듯 물었다.
“엄마, 선생님께 내가 실연 당했다는 것 얘기했지?”
“응.”
“왜 얘기했어?”
“그럼 선생님이 너 성적 갑자기 뚝 떨어졌다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데 뭐라고
대답하니? 그럴 때는 잔 머리 굴리지 말고 정직하게 대답하는 게 가장 좋은 거야.
그런데 왜?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셔?”
“응,내가 교무실에 갔더니 재홍이 너, 어느 여자에게 마음을 도둑질 당했어? 하며
웃으셨어.다른 선생님들도 다 계신데 너무 창피했어.”
“창피하긴 뭐가 창피 해, 선생님들도 다 그러고 컸을거야.”
“그럼, 엄마도 그러고 컸어?”
“엄마?....글쎄....”


나의 첫 사랑은 어떠했나, 생각해 보니 참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문제아’들이나 이성친구가 있는 것이라 생각되는 세대여서
그때 이성친구가 있다는 것은 자랑이 아닌 흉이라 설혹 이성친구가 있어도 쉬쉬하며
숨기던 시대였다.
특히,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전부 여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남학생을 만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범생이란 딱지를 붙이고 자존심처럼 교복의 흰카라를 빳빳하게 풀을 먹여 세우고 다니던 나의 학창 시절은 지금 생각해보면 단조로움 그 자체였다.
그런 아이들의 열정과 관심은 자연히 하루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같이 보내는 학교 선생님에게로 쏠리었다.
총각이건 유부남이건 나이가 많고 적고 상관이 없었다.
사춘기의 열정과 관심을 쏟을 대상인 남자선생님이 학교에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우리들은 학교생활의 지리함과 단조로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자신 스스로들 억지로 흠모하게 만든 선생님을 각각의 가슴에 앉혀 상상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만들어 무미건조한 학교생활을 지켜나갔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여자선생님보다 남자선생님이 부족한 여학교에서 친구끼리 서로들 같은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는 일도 잦아 무언의 경쟁까지 하던 시대였다.
생각해보면 성장기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꽁꽁 싸매고 감추어 두기를 강요받은 가엾은 세대이기도 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중학교 3학년 때 독신인지, 기혼인지 아리송하여 아이들에게 더욱 신비감을 던져 주던 정치경제 선생님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가르치던 과목을 만점을 받는 것은 그 시절에 좋아하는
선생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였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때는 유신의 살벌한 시대였다.
그 때 민주주의와 대통령 중심제중에 삼권분립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었다.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하여 삼권을 분립하는데 사법권의 최고의
우두머리인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내용을 배우고 있었다.
그 때 나의 작은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법의 우두머리인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면 공정한 사법권이 유지 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그 것이 진정한 삼권 분립이란 말인가?
나는 그 의문을 바로 선생님께 던졌다.
선생님께서는 나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시더니 갑자기 화가 나시는 듯 언성을
높이셨다.
“모든 사람들이 너 같은 도둑 심뽀인 줄 아느냐?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리고
걱정이 된다면  네가 대통령이 되서 법을 고쳐라!”
나는 멍해져서 선생님의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다구치는 선생님의 입 주위에 파란 면도자국이 햇빛에 비쳐 그날따라
더욱 파랗게 보였다.
그 푸른빛이 참 슬퍼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참 행복해했다.
방과 후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홀로 책을 읽다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조용한 교정을 나의 긴 그림자의 배웅을 받으며 홀로 걷는 느낌을 나는 매일 즐기고 있었다.
그 날도 책을 읽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적막하고 넓은 운동장을 내려서고 있었다.
라일락의 향기와 등꽃의 향기가 코끝을 찌르는 계절이었다.
나는 고즈넉한 학교 공간이 등꽃과 라일락의 향기로 꽉 찬 것을 느끼며 그 향기를
나 혼자만 맡는다는 벅찬 희열을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저 멀리 하얀 와이셔츠에 모습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정치경제 선생님의 모습이 운동장 끝에 점처럼 나타났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종종 걸음을 쳐 얼른 등꽃 나무 사이로 몸을 숨겼다.
‘오늘이 당직이신가...이 시간에 왠 일이지...’
아무도 없는 교정에서 좋아하는 선생님과 막상 둘이 마주칠 것을 생각하니 도무지
자신이 없고 아찔해져 나도 모르게 몸을 숨겼던 것이다.
나는 가슴 두근거리며 등나무 뒤에 숨어 선생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개를 숙이며 걷는 선생님의 얼굴은 어둡고 고독하고 우울했다.
등나무의 향기와 함께 고개 숙인 선생님의 얼굴 옆으로 파란 면도자국이 처연하도록
선명했다.
그 후로 나는 다시는 선생님께 질문을 하지 않았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 선생님의 처연하도록 푸른 면도자국을 잊을 수가 없다.
두근거리던 내 심장소리와 등꽃의 향기와 함께.......
이 것이 내 첫사랑의 소중한 기억이다.

지금 아들의 첫 사랑과 비교하면 고백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아들의 말대로
참으로 촌스럽고 비현실적인 사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그 기억을 가슴 한 구석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뜨르륵~
내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는 신호가 울린다.
‘외환카드 G마켓 17,900원 승인 감사합니다.’
나는 씩씩거리며 딸에게 전화를 건다.
“야! 너 또 무엇을 샀니?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사대는 거야?”
“엄마, 군대간 내 남자친구에게 편지 쓰려고 노트 두 권 샀어.”
“뭐? 편지를 노트에 쓰니? 그 것도 두 권씩이나? 그리고 무슨 노트 값이 두 권에
2만원 돈이나 돼?”
“응, 좀 질 좋은 걸로 샀어. 한 권은 편지로 써서 보내고, 나머지 한 권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 써서 보내려고.”
“열녀 났다! 열녀 났어! 이제 곧 열녀비 세워야 되겠구나! 노트 두 권으로 편지를 써?
아주 소설을 써서 보내지 그러냐! 그리고 너의 연애 편지지까지
내가 사야 하냐? 너의 용돈으로 사면되지, 그 것까지 엄마 카드로 긁어?”
“엄마,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라지 않우~ 내가 돈 벌어서 열 배로 갚아 줄게.”
“닥쳐! 너 년이 돈 벌어서 엄마 잘도 가져다주겠다. 뺏어 가지나 말아라!”
“헤헤... 나중에 엄마 치매보험 들어줄게.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고 생각 해.
사랑해 엄마!”
“으이구..이 웬수들! 끊어! 남매는 용감했다고 내가 어떻게 이런 바보 같은 것들을
낳았지!”
자식들보다 더 바보 같은 엄마는 씩씩대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곧 오늘도 또 그 울지 마~가슴아. 가슴아 울지 마~를 들을 것에 생각이
미치자 다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아들아, 도대체 그 가슴 언제 안 울 건데~~~제발 사람 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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