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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의학기술이 발전해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지만
생노병사에서 자유 할 수 없는 인간은 영원한 삶을 살 수가 없다.
삶의 질을 높이 추구하는 요즈음은 단지 오래 사는 것만으로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살아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야지 병을 앓으며 자리에 누워 오래 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은 본인에게나 주위 사람들에게나 다 불행이고 고통이다.
어쨌든, 살아있을 때까지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건강하게 살다
죽을 때 편히 눈을 감고 싶은 것은 나이들은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이다.

내 나이 올해 46.
딸은 친정엄마를 닮는다고 외할머니와 나의 엄마가 74세에 세상을 뜨셨으니
나 역시 그 언저리에 세상을 뜰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 앞으로 30년도 못 남은 생이다.
주먹 구구식으로 계산을해도 살아 온 날들보다 남은 날들이 적다.
요즈음은 40살이 제2의 30대니 뭐니 하며 늙는 것을 더디게 하려고 기를 쓰지만
자연의 법칙을 무시할 수 없는 인간이고 보면 나의 삶은 확실히 살아 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은 생이다.
죽지 않고 오래 산다는 것이 확실히 행복한 일일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정말 정확한 사실일까.
늙는 것을 서러워하며 가는 시간을 안타까워하며 오래 사는 것에 목을 매며
영원히 사는 것을 갈망할 만큼 세상은 살기 좋은 곳이고 사는 것은 그렇게
즐겁고 신나는 일일까.
죽는 것이 억울할 만큼 세상은 너무 좋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좋은 일이다.

남들의 삶이야 어찌 되었건,
'나의 삶의 남은 기간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이 요즈음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나의 딸이 만 20살 아들이 만 14살........
거기에 앞으로 내가 살 날을 후하게 쳐서 30을 더하면 딸은 50정도가 되고
아들은 44살이 된다.
다들 불혹을 넘긴 나이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아이들 나이를 따져보고서야 겨우 안심을 한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꼭 공자님 말씀을 따르지 않더라도 나이 40이 넘어야
앉을 때 설 때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때까지 내가 살아서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다는 것에 한시름 놓으며 안심을
하는 것이다.
나 때문에 세상에 태어난 나의 아이들이 세상에 이로움은 주지 못하더라도
해로운 존재는 되지 않고 사는 것을 보아야 안심을 하고 눈을 감지 않겠는가.
적어도 그 것만은 확인하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 가지 욕심을 더 부린다면 나의 아이들에게 엄마는 좀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려고
노력하며 삶을 치열하게 살다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욕심대로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아이들에게 완벽하게 이해 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지나친 욕심 같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깔끔하게 마무리 해놓은 것이 없는 문제투성이의 세상을
물려주면서 욕심만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아 부끄럽다.
남북통일의 문제도, 4,19의거도, 5.18광주 민주항쟁도, 87년 6월 항쟁도,
언제 세상의 종말을 부를지 알 수 없는 핵문제도........
요즘 돌아가는 작태들을 보면 이 모든 문제들이 우리대에서 해결되고 완성을 할
수는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들을 전부 미완으로 남겨둔 채 그 완성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떠넘기며
완벽하게 이해받고 싶어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뻔뻔스럽다.
숙제를 못한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생각을 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 딴에는 부끄럽지 않는 사람으로 살며 늘 깨어 있기를 노력하며, 나 다음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산 세상보다 좀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각오로,
세상에 태어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산 날도 있었는데........
아니, 적어도 내 부모처럼은 기억되며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청춘을 오로지 나라의 독립에 바치고 친일파를 색출하고 청산하여 완전하게 독립된 주권국가를 세우는 것이 일생에 과업이라고 믿으며 산 아버지는 그렇게 되지 못한 세상에 대한 울분을 술과 여자로 자신을 타락시켜가는 것으로 자신을 죽여버렸다.
오직 사랑만이 지상최대의 과제로 생각한 사랑지상주의자인 나의 어머니는
자신이 무슨 윤심덕이라고 돈도 명예도 다 싫다며 사랑한 아버지가 자신을
죽여 가는 것을 바라보며 어머니 자신도 아버지와 함께 죽였다.
아버지를 달래기위해 이승만이 준 이권들이나 잘 챙겨 둘 것이지........
두 분 다 내가 보기에 순진한 이상주의자들이었다.
그 분들의 삶을 나는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
항상 그 분들을 생각하면 머리와 가슴이 헷갈린다.

세상에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스스로 변명하며
내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내가 나의 부모와 다를바 없는 것 같아 우울하다.
적어도 나의 아이들에게만은,
머리와 가슴으로 완벽하게 이해 받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나의 아이들도 나를 기억할 때 머리와 가슴이 헷갈릴 것인가........

꽃게가 옆으로 열심히 기면서 옆으로 기고 있는 자기 자식들에게 말했다.
"애들아,너희들은 누굴닮아 옆으로 기니? 그러지 말고 엄마처럼 똑바로 기어!"
........가슴이 답답해지고 초조해진다.

올 해도 달력이 마지막 한 장을 달랑 남기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달력의 끝장을 마주보고 서 있는 나는 여전히 작고 초라하다.

무심코 바라본 베란다 끝에 떠날 시기를 놓친, 길을 떠나지 못한 까치가
햇볕속에 앉아 작은 겨울 빛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추운 겨울을 어찌 나려고 아직도 길을 떠나지 않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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