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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곳, 넉넉한 곳, 공기 좋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서울은 참 낯설고 힘든 곳입니다.
제게도 여전히 서울은 애써 찾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상황이 아니면 일부러 찾고 싶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가 서울을 이따금씩 찾는 까닭은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입니다.

다섯 아이들과 신영복 선생님 종강 행사에 참여하면서 조금은 머뭇거렸습니다.
제 마음만 앞섰지 아이들에겐 따분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곶자왈작은학교 만드는 데 마음 써주신 선생님에게 감사드리고,
아이들에게 제가 큰 스승으로 삼는 선생님을 뵙게 하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나무님들을 만나 따뜻한 인사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겐 별로 즐거운 시간이 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적잖은 즐거움과 행복감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너희들 노래만 부르고 밖에 나가서 놀아도 좋다."
행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조금 따분해 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얘기했습니다.
노래가 끝나면 재빨리 빠져 나갈 것 같았던 아이들이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켰습니다.
가끔 졸음에 빠진 친구들도 있었지만 몇 아이는 눈이 빠져라 지켜보더군요.

피아노를 잘 치는 민지는 조은아 님의 피아노 독주에 흠뻑 빠졌고,
수화를 배웠던 소정이는 어느 선생님에 수화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틈만 나면 노래를 부르는 진성이는 '더숲 트리오'의 노래에
두 눈 두 귀 하나로 모았습니다.
잠시도 자리에 가만있지 못하고 온몸 움직이길 좋아하는 동건이는
사회를 보던 예쁜이 고민정 아나운서에게 푹 빠졌나 봅니다.
참 야무진 친구 민경, 그 날은 피곤했던지 대부분 시간에 졸았지만
더불어숲 나무님들의 합창 때는 총총한 눈망울을 잃지 않았습니다.

많은 나무님들이 멀리서 온 저와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이미 만난 적이 있는 나무님들, 홈페이지에서 이름만 들었던 나무님들,
그밖에 많은 나무님들이 축하 말씀, 격려 말씀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글씨 '처음처럼'. 이맘 때 제게 꼭 필요한 글씨였습니다.
올라가기 전에 상금으로 한턱 쏘라며 제게 은근히 부담을 주던 장지숙 나무님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맛있는 거 사주라며 밥값을 건네주었습니다.
김철홍 나무님이 건네 준 시디를 제주에 돌아와서 봤습니다.
얼마나 즐거웠고 얼마나 따뜻했고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릅니다.
이승혁 나무님이 제 것 아니라고 한 움큼 챙겨준 선생님 서화달력,
여기 선인분교 선생님들에게 건네 드렸더니 너무 기뻐했습니다.  

특별히 고마워해야 할 분이 있습니다.
종강 행사 때 첫인사를 나눴던 한국방송 홍보팀에서 일하고 계신 조은주님.
다음날 한국방송 방송센터 견학과 개그콘서트 리허설을 내내 안내해 주셨습니다.
마빡이-옥동자 정종철 님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 준 조은주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나무님들과 둘러 앉아 찐하게 술도 마시도 얘기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장지숙 나무님 말씀처럼 상금으로 크게 한 턱도 쏘고 싶었습니다.^^
나무님들의 배웅을 받고 숙소로 오는 길이 내내 아쉬웠던 까닭입니다.
아쉬운 마음 늦게나마 고마운 마음으로 대신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수상 소감을 여기에 옮겨 놓습니다.

학교 다닐 때 개근상이나 정근상 빼고는 전혀 상을 받아 보지 못했던 제게 올해 상복이 터졌습니다.
심산 활동가 상, 제게는 분에 넘치는 상임이 분명합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더 낮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풀뿌리 활동가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응당 거절해야 할 이 상을 제가 기꺼이 수락한 것은 이 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상금에 눈이 멀었던 까닭입니다.

제가 스무 해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 올해 곶자왈작은학교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관계 속에 제가 있었고 저의 변화와 성장이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 풀뿌리 활동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이기도 합니다. 규모와 효율의 논리, 관리식 접근에서 벗어나 진정성과 지속성을 지닌 관계의 형성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자기 삶에서 끊임없이 좋은 인연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게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인도에서 만나 뵌 바바암테의 말씀을 제 삶의 경구로 삼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일하려 하지 말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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