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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6.12.24 23:46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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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더 이상은 종교적 색채를 갖지 않은 공휴일에 불과하다고 말을 하곤 했지만,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캐롤을 빙자한 찬송가를 집 앞에서 부르는 이들을 만나곤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에서 찾아왔다.
예년과는 다르게 이른 시간에(밤 11시) 노크를 먼저 한 그들을 아무것도 모른채 난 친절히 문을 열어주었고, 그들은 내 면전에 ‘기~쁘다 구~주오셨네~’의 불협화음을 갈겨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노엘(기쁜소식)’이 아니었으며, 구주를 맞이할 만백성에 내가 자리잡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난 만인지하니까...)
작년에도 뜻하지 않게 그들앞에 선 나는 표정관리에 참담히 실패함으로써(의도적이었지만) 휴일 아침에 할머니에게 싸대기에 버금가는 욕을 쳐먹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가까스로 표정관리를 하며 얼른 할머니가 나오길 기다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그들은 반갑게 내게 말한다. 그들이 나를 반가와 할 리 없다는 것을 난 잘 안다. 그들의 가식이 싫다.
내가 그 교회의 전도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음을 난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껏 몇 번의 치졸한 싸움의 결과였다.
난 묵묵히 답했다. ‘우리집은 구정 새거든요.’


도시의 밤을 흉흉하게 뒤덮은 수많은 빨간 십자가... 그것은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기독문화의 실패를 반증한다.
그 많은 교회를 가지고도 겨우 인구의 3분의 1만을 신자로 가진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난 그들의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끈적한 연대감이 싫고, 성경 일독을 하지도 않은 기독교인을 조롱한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자신의 역사로 생각하고, 반도의 역사를 모르는 그들을 저주한다.
그들의 힘은 검정고시 실시요일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게 할 수 있었다.
그 갑작스런 결정에 ‘근의 공식’을 손바닥에 적고 일주일이 넘게 손을 씻지 않고 외우던 한 ‘공돌이’가 시험을 포기했으며, 끝끝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던 ‘공순이’ 누나가 야학을 포기했다.
난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에 한 번도 내게 ‘과자부스러기’를 쥐어준 적이 없는 할머니는 올해도 그들을 위해 까만 봉다리에 ‘과자부스러기’를 준비해 놓으셨다.
뒤돌아서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거나 먹고 떨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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