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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1.01 19:00

신년 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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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고 산을 좋아하는 나는
신년의 해맞이는 언제나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한다.
그 이유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산이 아니라, 세상이고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기 때문이다.
산에서 맞는 해는 산을 내려오면 잊기 쉽다.
그래서 치매끼가 있는 나는 새해 처음 맞는 해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년
신년 해맞이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그 자리'에서 하고 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어도 언제나 년말이 되면 부지런히 내가 살고 잇는
곳으로 서둘러 돌아와 내 자리에서 신년의 해를 맞는다.

올 해도 어김없이 신년 해맞이를 하러, 자신이 살고 있는 곳보다 조금
더 높고, 색다른 곳에서 떠오르는, 신년의 해를 보기 위하여, 내가 살고
있는 감악산을 오르려고 몰려든 사람들의, 자동차 소리가 새벽부터 요란하였다.

한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문을 열어둔다.
신년의 떠오르는 첫 태양을 산에서 보기위해 자동차를 타고 먼 길을 달려 온
사람들이 주차하기 쉽게 내 집 앞마당을 개방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 근처에 사는 동네사람들은 산과 한 발자국이라도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차를 세워두기 위해 남의 집 코앞까지도 차를 바짝 들이대어 미안한 기색 없이
떡하니 차를 세워 두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올해 보니 문을 열어 두었는데도 차를 내 집 코 앞마당에 세우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 가지런히 바짝바짝 붙여 ‘미안합니다, 잠시 세워둘게요.’ 라고
말하듯이 예쁘게 주차해 두었다.
자동차를 보면 어느 집 차인지도 당장 알 수 있을 정도로 낮 익은 차들이였다.
그 중에 인테리어집의 부부 차도 있었다.
'흠, 이제야 슬슬 군기가 잡히는군.'


올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남편의 죽음을 나 혼자 맞고, 혼자 장례를 치루고,
유골을 집안에 모셔두었다는 소리에, 놀러 온 이장 부인이 사색이 되어
“그 것은 시체를 집안에 두고 있는 것과 같다. 어서 절에 모시던지 납골당에
모셔라“라는 말에 생전에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는 산을 놓아두고 왜 남의 절에
모시고, 답답한 납골당에 가두어 두냐며, 49일 동안 집안에 놓아두다가 생전에 당신이 좋아하던 산에 뿌릴 거라는, 나의 말에 이장부인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걸음아 나 살려라, 며 황급히 꽁지를 빼고 난 후부터 사람들이 나를 보면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 되어 슬슬 나를 피하기 시작하였다.
“그 여자 독한 여자야, 대단한 여자지, 오 밤중에 그 산속에서 남편의 죽음을 홀로 맞고 아이들과 함께 남편의 유품을 태우고, 유골을 49일 동안 집안에 놓아두고 바로 아랫집에 사는 이장에게 조차 알리지 않고 혼자 일을 해치운 여자야. 아마 합법적으로 가능한 일이였다면  시체를 태우는 ‘화장’도 혼자서 했을 여자야. 무서운 여자지.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아.”
그렇게 소문이 났다고 호숫가 아줌마가 내게 귀뜸을 해 주었다.
그 아줌마도 말을 전하면서 시종 내 눈치를 슬슬 살피며 ‘그 말이 맞아?’ 라고
확인하는 표정이었다.
그 소리를 전해 들으며 나는 귀찮은 참에 오히려 잘 되었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호숫가 아줌마도 술을 마시자고 나를 찾아와 다시는 나를 귀찮게
굴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이 곳에 내자리를 만들어 홀가분한 '자유인'이 되어 살고 있다.

오늘,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의 태양을 보기위해
나의 창을 열었다.
올해, 처음 뜨는 태양은 구름에 가렸다.
하지만 구름이 걷히면 태양은 비칠 것이다.
어김없이.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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