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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잘 잤느냐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신경림, < 눈 온 아침> 전문 -

내 안에서도 내게 묻는다.
너는 어쩔 거냐?
너는 또 이 겨울 어찌 나려느냐?
올해 또 꽃을 피울거냐?고.

  *    *     *

4년전 이맘 때쯤 썼던 내 일기인데
4년이 지난 지금 또 이런 심정이니
이 넘의 사회가 참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고
내마음도 조금은 슬프다.

인간에 대한 예의는 가끔 시(詩)에서나 찾을 수 있을 뿐
대학이나 종교마저도 시장처럼 변한 지 오래고
그 마저도 소인배들이 주도하며 판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이 천박한 사회와 사회의 가치관을 빠꿔내지 않는 한
새해를 맞는 내마음 앞으로도 한참 더 슬프겠지.


둘.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
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 때 우리는 함께 이 곳에 있었고
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 위에 겹쳐 흐르던

- 이하석, <분홍강> -



이제는 우리 곁에서 찾아보기 힘든,
세월이 흘러도 늘 푸른 지조를 잃지 않던 사람들.
바람 불고 찬서리 내려도 변치 않던
굳건한 믿음의 순결한 사람들...그들이 그립다.

비록 지금 쓸쓸하고 허전한 세상이지만,
우리가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도
그들 때문임을 안다.

혁명의 꿈을 접은 지는 오래지만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버린 건 아니어서
뜨거움도 간절함도 없는 이 답답한 시대를,
온몸으로 절규하는 눈물도 분노도 없는
이 안타깝고 딱한  세상을 견디는 일이
쓸쓸하고 외롭다.
함께 눈물과 웃음을 나누며 모닥불 처럼, 장작불 처럼
뜨겁게 타오르던 그 옛날의 우리들이
한없이 그립다.

6.10 민주항쟁 20주년이 되는 지금,
이제는 어느 곳에도 흐르지 않고
세상은 변했는데 여전히 옛날처럼 군다는,
유연하지 못한 체 날만 세우는 나같이 못난 몇몇,
그 허전한 우리들 마음 속에나 흐를 뿐인 분홍강.
그 분홍강 가에 나가면 혹여 만날 수 있을까.
흐르는 강물 속에 아름답던 사람들 얼굴 비칠까.



셋.


한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해를 맞는 이 즈음,
차분히 손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고 싶은 시 하나.
이곳 모든 나무님들과도 나누고 싶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 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 도종환, <저녁 무렵> 전문 -


끝으로,
이곳의 숲의 모든 식구들 새해 복 많이 받고,
바라고 계획하는 것들 모두 뜻대로 이뤄지는
기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올렸는데,
생각나는 시가 하나 더 있어 덧 붙인다.
채상근 형의, < 슬픈 겨울, 그대>라는 시다.
지난 11월 안양에서 발발이가 공을 찰 때
상근 형이 가만히 건네 주던 시집, 『거기 서 있는 사람 누구요 』에
실린 시다. (한참 뒤늦었지만 상근형께 시집 잘 읽었고, 고마웠다는
감사도 더불어 전한다.)


    겨울에는 슬픈 날들이 많다
    그리움마저 얼어붙는 겨울
    두꺼운 얼음 속 그대 그리움은
    도무지 풀릴 줄을 모른다
    푸른 희망의 시민들은 연대하고
    아직은 썩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부패한 정치인들이 떠드는 겨울
    슬픈 뉴스를 들으며
    부패한 정치공화국의 출근길에서
    푸른 그대를 만나고 싶다
    봄날 햇살 같은 푸른 그대.

    - 채상근, <슬픈 겨울, 그대> -
 
   

2007.1.14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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