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서
비가 갠 아침
범어사 돌계단에서
떠 있는 둥근 해를 바라보니
구름 걷힌 태양은 어디가고
어찌하여 저것은
햇무리 속의 해이런가
길은 산비탈을 따라
아래로 이어지고 발길 돌려
금정산을 오르려 하니
부드러운 능선은
평탄하기 그지없네
숲 속은 가보지 않아도
비를 머금어 산뜻할 것인데
저 도시를 감싼 먼지는
비가 와도 씻겨
내려올 줄 모르는구나
눈이 부시지 않은 해는
그 빛을 가늠할 수 없고
산 속 오솔길은 선명하여
발 디딜 틈 없자
산이 내준 대로를 따라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