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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
우아.
예의.
친절.
참 좋은 단어들이다.
예의와 교양과 점잔과 품위와 인격의 지존인 아이들 아빠와 함께 살며
한때 나도 저런 단어들 속에 익숙해하고
한껏 성장을 하고 음악회 로얄석에 앉아 우아하게 고상을 떨기도 하고
최고급 호텔 식당에서 웨이터들의 정중한 시중을 받으며 최고급 와인을 마시고
비행기 일등석에 앉아 일등석 전담 승무원들의 친절하고 깍듯한 서비스를 받으며
그들이 서비스하기에 부끄럽지 않는 수준 있는 승객이 되려고 한껏 고상을 떨곤 했다.
하지만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섬뜩할 정도로 깍듯하고 냉혹할 정도로 정확하고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예의 바르고 구토를 느낄 정도로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에 질려 나는 언제나 우울하고 고독했다.
흐트러지지 않는 내 모습을 보이지 않게 위해 언제나 나는 숨이 막히고 힘이 들었다.
내게 우아함과 고상을 요구하는, 그들의 깍듯함 속에는 인간적인 이해와
따뜻함이 없었고, 친절과 예의 속에는 정직과 진솔함이 없었다.
그런 인위적인 관계들에 넌더리가 나고 신물이 났다.

나는 변하지 않은, 항상 같은 빛인 푸른 모습의 인조나무를 원하지 않았다.
살아 꿈틀대고 비명을 지르고, 푸른 잎을 피우고, 그 푸른 잎이 단풍이 들고,
다시 누런 낙엽으로 떨어지고, 그리고 앙상한 나무로 남아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이 되면 다시 싹을 내는 나무처럼 그렇게 진솔하고 정직한 냄새가 그리웠다.

그런 냄새가 그리워 정직하게 꿈틀대는 더불어 숲을 찾았다.
그래서 내가 원하던 살아 꿈틀대는 정직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신선생님도 뵈었다.
오늘로서 내가 신선생님을 2번째 뵈면서 여러 가지 생각으로
내 나름대로 혼자 무척 바빴다.
산을 오르는 잠시잠시 쉬는 시간에, 이제는 나이들은 모습이 역력하신
신선생님께서 홀로 앉아 계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더불어 숲의 우리들이
신선생님을 존경하여 모이는 공식적인 이 자리가 신선생님께는 꼭 편하지 만은
않은 자리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내가 너무 잘못 생각한 것일까....
우리 모두는 자주 신선생님을 뵙기를 원하지만 신선생님께서 자청해서
참석하시겠다고 하신 자리가 아니라면 우리의 욕심만 생각하지 말고
신선생님을 존경하고 진정으로 아끼는 우리들만이라도 신선생님께
힘든 자리를 가지시지 않게 배려하고,
이제부터는 가족들과 좀더 많은 시간들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신선생님을 존경하고 진정으로 아끼는 성숙한 방법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면 너무 주제넘을까.....

존경받는 공인의 공식적인 자리는 어떤 자리이던 고독하고 힘이 든 법이다.
존경받는 공인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의 아끼는 방법 역시 힘이 든다.


우리가 존경하는 신선생님을 아끼는 최대한의 배려는, 우리 모임에
아주 안 오실 수는 없지만, 일년에 한 두번 오시는 것으로, 되도록이면
신선생님께 힘든 자리를 최대한 적게 만들어 드리기 위해, 자주 뵙고 싶은
우리의 욕심을 조금 자제하는 것이 우리가 존경하는 신선생님을 진정으로
아끼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오늘 흰머리가 많아지신 신선생님을 뵈며,
쓸데없는 것인지도 모를 주제넘은 생각이 주저리 주저리 들었다.
자신들이 아끼는 천재 연주가의 오랜 연주를 듣기 위해서는
자주 불러 연주를 듣고 싶은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신들이 아끼는 천재 연주가를 위한 성숙한 모습인 것처럼....

그리고 적어도 우리 더불어  숲의 식구들만은 신선생님 앞에서
대다수 숲의 식구들이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너무 형식적이고 경직되지 않은 우리들의 자연스럽고 편한
모습도 가끔씩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이 우리들에게도 그렇고
신선생님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어 드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도움이 전혀 안될지도 모를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오늘 신선생님을 모시고 한 신년 산행은 나에게는 정말 의미있는 산행이었다.
정상을 넘고 하산 길에서 하신 신선생님의 말씀은 나에게 또 다른
감동과 용기를 주었다.

"우리 모두 함께 힘든 고비의 산자락 하나를 넘어왔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우리들이
아둥바둥 살고 있는 곳이 아득하고 작게 보였다. 산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크고 넓게 만드는 것 같다. 2007년은 여러모로 중요한 해다. 이런 마음으로
올 한 해도 힘들고 어려운 고비들을 우리 모두 함께 더불어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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