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2007.02.03 21:46

울음

댓글 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요 근래 머리 속으로 계속 참아왔던 울음이었다.
한 번은 울어서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어쩌면 나는 호시탐탐 울 기회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나의 바보 같음으로 인해 영악한 여자에게 다시
억울한 돈을 주어야 하는 판결을 받고 난 다음부터인가.
아니, 그 전부터 그 여자로 인해 법원을 들락거려야 한다는 사실에
모든 원인은 바보 같은 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내 자신에게 화가 나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차에 다시 세상의 영악스러움들과 만난 나는 멍해진 상태에서
악을 쓰는 그 여자에게 한마디 대꾸하지 못하고 있던 내 자신을 생각해내고
머리는 울지 말라고 했지만 가슴은 이미 내 울음을 허락하고 있었다.
‘그래 이왕 울 것 확실하게 울자.’
나의 차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내 차의 뒤에서 키 높은 겔로퍼를 운전하는 사람이 신경이 쓰였다.
나는 내 눈물을 나는 물론 남도 볼 수 없게 운전을 하다 썬글라스를 꺼내 쓰고
그때부터 마음놓고 소리까지 내어 엉엉 울었다.
작정을 하고 울자  울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어....이러면 안 되는데...시원하게 좀더 울어야 하는데........’
나는 아까 그 여자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차가 30도나 들려
아이들 목숨까지 위험할 뻔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기억내고 다시
서러운 마음을 만들어 엉엉 울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인지할 겨를도 없이 그들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내겐 나의 결백을 증명해 줄 증인이 없었고 그들에게는 증인인 패거리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남편은 물론 자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의 목숨까지 위험했다는 그 아이들까지 2명이나 타고 있었다.
정작 운전을 한 남편은 묵묵부답 조용하다.
방금 전까지 목숨이 위험했다던 아이들은 뒷자석에서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그 여자가 악을 쓰 듯 전혀 목숨이 위험했던 아이들 같지 않다.
‘그런데 이 여자는 말로 해도 될 것을 왜 이렇게 악을 쓰나.....
그 여자의 악을 쓰는 소리에 나는 정신도 없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독거노인들에게 겨울옷을 가져다주고 나오며 천천히 후진하던 내 차를 미쳐 못보고
갑자기 뛰어든 차가 앞 범버를 내 차에 받친 것이다.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우기며 자신의 차가 30도나 들여 아이들 생명까지 위험했다며 소리소리 지르며 악을 쓰며 내린다.
마치 차에서 내릴 때는 무조건 악을 써야 한다는 것을 열심히 연습한 사람처럼....
나도 여자지만 이런 순간은 내가 여자라는 사실이 정말 싫어지는 순간이다.
나의 차도 그 여자의 차도 육안으로 볼 때는 멀쩡했다.
하지만 앞에서 정확한 각도로 볼 때는 들어갔다나 어쨌다나....
고치고 연락하라고 헤어진 후 차를 몰다 울음이 터진 것이다.
‘그래 요즘 통 울 시간 없이 바빴어. 이 기회에 왕창 울자.’
어느정도 울자 기운도 떨어지고 마음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기도했다.
사실 울음은 소리내어 울면 많이 울지도 못하고 소리내어 우는 눈물은
가슴 져미는 눈물이 아니다.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이 절실하고 뼈가 져리는 눈물이다.
나는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엉엉 소리를
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날은 운전하기도 그렇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더욱더 그렇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갑가지 주책없이 내 눈에서 눈물이 분수처럼 뿓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만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빈주먹 아우님의 공주님들을 만나기로 약속했으니
그럴 수는 없다.
운전하기를 포기하고 나는 차를 근처 주차장에 세워 둔 후,
새내기 모임으로 향했다.
다행히 기를 쓰고 온 보람이 있었다.
빈주먹 아우님의 공주님은 빈주먹 아우님을 닮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꿀꿀한 기분을 한방에 날릴 정도로 참하고 사랑스러웠다.
‘너는 제발 영악스럽고 교활한 어른들은 닮지 말고 이대로 맑고 예쁘게 커라.’
사실 계획은 원직님과 빈주먹 아우님에게 저수지에게 부른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들려 줄 씨디까지 준비해 갔었다.
하지만 그런 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분위기에 취하면 일 낸다.
빈주먹 아우나 원직님, 효순님 윤경님을 끌어안고 엉엉 울면
어찌 되겠는가.
새내기 모임을 완전 울음바다로 망쳐놓지 않겠는가.
그런 나를 잘 알기에 만나고 싶은 효순님까지 온 새내기 모임에서 환상적인 맛의
병어조림과 함께 반주를 두 세잔하고 내 마음을 털듯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웬수같은 원직님은 나중에 와서 나를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다음에 봅시다..원직님.
윤경님과도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윤경님 다음에 꼭 감악산으로 와요.
조금 늦게 왔다고 우리의 신사 이승혁님께서 밥값까지 계산하고....
역시 매너의 왕이야...
상록수 식당의 음식 맛은 전라남도의 맛을 그대로 살린 일품의 맛을
가지고 있었고...
드디어 몸짱인 류지형님을 만났는데..ㅋㅋ
몸짱보다 얼짱이 맞는 것 같고....ㅎㅎ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 진 것 같은 양미간의 주름에 보톡스 한 대만 맞으면 총각 신세 면할 터인데 말 안 듣고 보톡스 값으로 케시미어 분홍 스웨터를 떡하니 사 입고 나타난 우리의 총각 김영일님은 나에게 한 소리를 들었고...
털고 일어서기에는 좋은 나무님들이 많아 참 많이 안타까웠는데...
그 분위기에 취하면 일내기 딱 좋기에 이 질끈 물고 일어섰다.

차를 찾아 돌아오는 길에 초보운자인 여자가 3차선 도로에서 우회전 하던 나의 차를 2차선에서 갑자기 핸들을 꺽어 우회전을 하려고 끼어들어 순간 난 또 사고구나,
했다.
조금만 내가 덜 민첩했더라면 접촉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나의 민첩함 때문인지..아니면 받친 경험이 많아 잽싸게 피해서인지...
다행히 서로의 백미러만 쳤을 뿐이다.
어디서 왔는지 렉카는 순식간에 먹이를 본 듯 싸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도대체 나 오늘 왜 이러니....
내려보니 그여자는 사고로 정신이 없어 덜덜 떨며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
덜덜 떨며 잘못을 순수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측은해 운전하는 처지에 서로 이정도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다음부터는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돌아섰다.
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내 가슴에 휑한 바람이 부는 것은 왜일까...
날씨가 추워서 만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울음이 모자란 걸까....
아직은 세상에서 내가 울어야 할 울음들이 남았다는 것일까..
그것을 내 가슴이 먼저 알고 울고 있는 것은 아닐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85 울음들 5 조원배 2008.04.22
» 울음 9 박명아 2007.02.03
2583 운영자분께 건의합니다.- 샘터찬물로 4 김정아 2005.06.01
2582 운영자님께 1 김경옥 2005.03.15
2581 운영자님 보십시오.. 김형섭 2005.03.09
2580 운동회때 찍은 사진중에.. 윤수영 2007.05.29
2579 운동회늦은후기와 결산... 2 그루터기 2009.05.27
2578 운동복이 예쁘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2 임윤화 2007.05.21
2577 우파 선생과 좌파 선생 12 육체노동자 2004.09.10
2576 우천으로 인하여 산행을 취소합니다 임윤화 2006.10.21
2575 우종아, 너에겐 명복을 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미안해. 3 박명아 2011.05.30
2574 우정은 서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2 김우종 2009.05.19
2573 우이 신영복 선생님의 '더불어 한길' 1 키세라세라 2007.09.05
2572 우울한 요즈음 -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접하면서 1 장경태 2003.08.07
2571 우와 멎있당...^^* 훔냥이 2003.02.23
2570 우연한 행운 유무필 2003.03.06
2569 우물안 개구리 1 강태운 2005.04.13
2568 우린 소통보다 소탕하려 했다 55 나무에게 2011.01.15
2567 우리집 고양이들.. 김성숙 2003.08.16
2566 우리집 마당이야기. 1 김성숙 2006.03.12
Board Pagination ‹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