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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2.05 00:44

강아지와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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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싫어하는 내가 순전히 개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된 것은 감악산으로
이사를 오게 된 다음부터였다.
어느 날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는지 떠도는 강아지가 우리 집을 찾아 들며
나와 강아지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 때는 아이들 아빠가 살아 있던 때였다.
아이들 아빠 역시 깔끔한 성격에 지독한 개인주의 성격이라 개를 싫어했다.
그런 아이들 아빠가 병이 들자 마음이 약해 졌는지 주인에게 버림을 받은
강아지에게 밥을 주며 그 강아지와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지  강아지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피했다.
그러면 아이들 아빠는 강아지 밥을 가져다 놓을 때마다 휘파람을 불어 밥을
가져다 놓은 것을 알리곤 했다.
나는 그 때서야 처음으로 아이들 아빠가 그렇게 근사한 휘파람을 불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알았다.
'굼뱅이도 기는 재주는 있다고 노래는 엄청 음치인데, 휘파람 하나는 멋들어지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아이들 아빠의 휘파람 소리를 즐겨 들었다.
그러고 보면 딸이 멋지게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은 지 아빠를 닮은 것 같다.
'하긴 전화도 없는 그 시대에 여자를 불러 내는 유일한 통신 수단은
휘파람이었으니 휘파람은 그 시대 필수였겠지.'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강아지에게 밥을 주는 일이 점점 내 일이 되었다.
부엌에서 일하는 내가 강아지 밥을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어느 날 부터 내가 밥을 주는 그 강아지는 내 차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를
알아 듣게 되었다.
내가 가는 곳이면 언제든 따라와 멀찌감치에서 나를 지켜 주었다.
내가 서울을 나갈 때면 내 차와 함께 달려 대문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아무리 어두운 밤에도 내 차의 소리를 알아듣고 마중을 나왔다.
'사람같지 않은 사람보다 낫다.'
내가 강아지를 키운 다음에 얻은 결론이었다.
개들은 배신을 모른다.
자신이 밥을 주고 물을 주고 키워 준 사람에게 죽도록 충성한다.

아이들 아빠가 세상을 뜨고 난 후,
아이들의 소원대로 강아지를 사 주었다.
아이들이 막상 강아지들을 키워보니 귀엽긴 한데 생명을 거두는 일이
만만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강아지 거두는 일을 귀찮아하게 되었다.
그런 강아지를 분양할까 생각하여 숲에 광고까지 올렸지만 강아지들은
나와의 인연이 아직 남아있는 것인지 분양이 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와 함께 살아야 했다.
나는 우선 강아지들의 털이 날리지 않게 털을 깍았다.
그리고 옷을 입히고 2마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인간과 함께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여 우리 식구가 되어 우리집에 살게 된 강아지는 이제는
나를 가장 좋아한다.
아이들과 의논 끝에 작업실로 쓰는 아랫집을 강아지 거처로 결정을 하고
그 후로 아랫집에서 살게 된 강아지는 내가 일을 마치고 위의 집으로 올라
갈 때면 나를 보석같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낑낑 거리며 서운해한다.
나는 작은 등불만을 하나 켜두고 "잘자! 내일 보자!" 그렇게 인사하고 문을 닫고
나온다.
아침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컹컹 거리며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자신의 키 만큼
뛰어 오르며 나를 반긴다.
그리고 하루종일 나를 졸졸 따라 다닌다.
오늘 같이 내가 하루종일 글을 쓰며 방안에 있을 때는 졸졸 거리며 나의 주위를
뱅뱅 맴돌다 내 책상 밑에서 2마리가 함께 포개져 잠이든다.
그나마 2마리가 서로 의지하고 잠이 드니 좀 낫다.

지금 새벽 1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
자신들이 평소에 자던 잠자리를 마다하고 내 곁에서 나를 믿고 포근하게 잠이 든,
작은 강아지들을 차마 떨치고 위의 집으로 올라 갈 수가 없는 나는 이 시간에도
이렇게 강아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피곤해서 나의 아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윗집으로 올라가
잠을 청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일어서려고 하니 귀가 밝은 강아지들이 번쩍 눈을 뜨고 나를 본다.
'아줌마, 이제 가야 해. 내일 보자. 너희들이 평소에 자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그 곳에서 자고 내일 보자. 안녕, 잘자. 아줌마 오늘 너무 속상해. 하루 종일 쓴 글이
다 날라갔어. 너희들도 보았지? 너희들과 놀아 주지도 않고 먹는 것도 잊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썼니? 그런데 그 글이 다 날라간 거야. 흑흑....그래서 열 받아서 술 한 잔 마셨는데 하루종일 빈 속에 술이 들어가니 머리가 핑핑 돈다. 윗집에는 안자고 아줌마를 기다리는 아줌마의 아이들이 있어. 그래서 가야 해. 아줌마 가서 잘게. 내일 보자.
안녕.... 잘자.... 이제는 정말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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