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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2.07 13:36

프랑스의 93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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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뇌프(neuf:9) 트루아(trois:3)는 사회적 은어로 통용된다. 우편번호가 93으로 시작하는 지역을 일컫는데, 심지어 차 번호판에 박힌 숫자 93은 그 자체로도 차 소유주와 차안에 탑승한 가족, 그들의 굴곡진 삶을 어림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지역주민 대부분이 유색인종 이민자들로 구성된 이 지역은 말 그대로 무법지대, 프랑스에 실재하는 게토ghetto 구역이다.

영화를 공부하던 선배 하나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진하여 게토구역으로 이사를 들어갔었다. 프랑스에 온 이상 양지뿐만 아니라 사회의 그늘을 직접 겪어봐야한다는 호승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93지역에 보무도 당당히 입성한지 6개월만, 선배는 기진맥진하여 자진 퇴거한다.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선 그들과 똑같이 음울하고 공격적이어야 하는데 더이상 피폐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침나절 멀쩡히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가 저녁 귀가길엔 불타있고, 골목길에선 끊임없이 마약과 매춘이 통용되고, 길가던 아이들 마저 동양인이라 야유하며 침을 뱉고.. 93지역에는 미래가 없다! 프랑스는 이민자의 사회 통합에 실패했다! 는 것이 6개월새 몰라보게 탈진한 선배가 어렵게 체득한 결론이었다.

93지역 무용담은 사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고, 그 선배도 나도 한국으로 돌아온지 벌써 몇개월이 지났다. 각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부지런히 키우던 중, 얼마전 술 한잔 마시며(사실은 댓병!) 귀국 후 부적응기의 소회를 나누다가, 앞으로 한국사회가 프랑스의 몸살을 반면교사 삼아 예비해야할 두가지 문제에 대하여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첫째, 외국인 문제. 둘째, 저출산고령화 문제.

성공회대에서 열린다는 '이주민을 위한 한국시민사회 이해교육'이 참 반갑고 고맙다. 어디 이주자들뿐이랴. 본토박이들 역시 새로운 식구를 대하는 열린 마음, 사회통합을 위한 내실있는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할 것이다. 하고싶으면 하고 하기싫으면 하지않고의 호불호 수준이 아니라 하지않으면 크게 앓고말 절실한 과제이지 않겠냐는 것. 93지역을 관통하는 국철을 타며 창밖 스산한 풍경과 기차안 승객들의 어두운 표정에 만감이 교차하던 기억을 오랜만에 떠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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