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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간 평택에 있는 회사 교육 시설에서 합숙교육을 받고 돌아왔다.

영업이나 상품기획등, 마케팅단에 속한 사람들이 진급 필수로 받아야 하는 교육인데, 개인적으로 올해 3월부터 시작 하기로 했던 대학원 공부 때문에 '일년동안 필수로 해야하는 일들은 무조건 그전에 다 끝내 버리자'는 심정으로 지난달 월말매출 및 손익 결산으로 정신없을 사무실을 뒤로하고 얄밉게 휙 참가해 버린 교육이기도 했다.

3일동안 유명대학 경영학 교수님 및 퇴임 임원분의 열광적인 강의를 들으며,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는 마케팅 이론의 복잡함과 디테일함에 세삼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마케팅 이론들의 수정, 보완 체계들은 마치 철학 사조가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변증되는 모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새로운 지식 습득에 대한 관습적인 즐거운 느낌의 또다른 한편으로는, 문득 몇달전 숙환으로 타계하신 호남 한학의 거봉이시고 한국 보학(譜學) 정리의 1인자셨던 산암(汕巖) 변시연(邊時淵) 선생님께서, 가끔 찾아오던 젊은 후학들에게 항상 외치시던, '돈버는 공부가 뭔놈의 공부다냐?'라는 생전의 호통이 함께 떠오르기도 했던, 이질적인 감정으로 머릿속이 약간은('매우'라고 하기에는 이제는 상당히 찔린다.-_-) 복잡한 시간들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의 숙제가 있었던 2박 3일간의 교육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어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새로 부임하신 우리팀 팀장님의 신년사에서도, 이번교육 강사분이셨던 전직 퇴임 임원분의 강의에서도 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는 절대적인 항목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문득, 내자신 지금 속해있는 부서에서 사람들을 통해 느끼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편린들은 혹시 그 원인이 이 '커뮤니케이션' 운영의 능란함 혹은 미숙함에 따른 다양한 결과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커뮤니케이션은 전직 임원분 말마따나 이미 물건을 팔기위한 어떤 수단의 개념이 아닌, 내가 속해있는 조직의 상사나 동료, 나아가서는 내 가족 및 친구들에게 까지 확대될수 있는 매우 중요한 내자신 '마케팅'의 한 도구였던 것이다.

마케팅이 뭔가? 상대방에게 그사람에게 필요한 가치을 제공 함으로써(혹은 제공한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나를 혹은 나의것을 구매하게 하는 행위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또는 커뮤니티에서 얼마나 나를 잘 마케팅 하고 있는가? 바꾸어 말하면 얼마나 상대방을 존중하며 그사람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가? 만일 그렇게 하고있지 못했다면, 나는 스스로를 혹은 상대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의 종착점에서, 나는 '오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볼수 있었다.

스스로를 자존 한다는 것이, 결코 내자신의 판단 및 사고에 대한 오만한 믿음을 전제로 해야 하는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천성적으로 평균 이상의 마케팅 능력, 즉 상대에게 가치 제공을 잘 할수있는(혹은 할수 있는듯이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있듯이, 마찬가지로 천성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오만함이 높아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하지 않아도 그것을 느끼게 하고 반감을 가지게 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전직 임원이셨던 강사분은 다시 말한다.

"직접 말을 해도 원래 전달 하려고 했던 생각을 40%밖에 전달 시키지 못한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먼저 서로간에 '공감'이라는 감정을 만들어 낼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려 한다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상대방은 다 그대로 감지할수가 있습니다. 누구하나 민감하지 않고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나는 물건 팔때 뿐만이 아니라 우리 애들을 키우면서도 이런걸 똑같이 다 느꼈습니다.(웃음)"

사람 때문에 힘든 시간들에 대한 마음의 보상은 결국 사람들을 통해 받을수 밖에 없다고 한다. 즉, 커뮤니케이션 미숙으로 인해 손해보는 각자의 상황은 결국 커뮤니케이션 스킬 함양을 통해 스스로 알아서 보상받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그 간단해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함양에 대한 오만한 게으름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한 스스로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나를 '마케팅' 하지 않아도 독불장군으로 홀로 살아갈수 있는 감정적인 깡과 넘치는 재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함양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 않은 것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사회에서 타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결국 자신의 이 미숙한 감정을 잘 단련해야 한다는 당위를 느끼는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인듯 하다. 이건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어떤 규범적인 문제가 아닌, 자신의 자아 실현, 때에 따라서는 어떤 생존의 당위같은 것이 될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특질을 분석한 여러가지 이론들이 있으며, 그 특질에 따라 내자신 관계 확대를 선별적으로 행하라는 논리들이 다수 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사람은 편안하다' 혹은 '불편하다'라고 누군가를 판단하고 있다면, 결국 '대다수 타인들에 의한 판단'이 어쩌면 가장 진실에 부합되는 그사람에 대한 평가가 되는것이 아닐까 싶다.

혹시 내가 누군가의 판단 속에서 '별 이유없이' 부담스러운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면, 내자신 스스로에 대한 근거없는 오만함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미숙, 나아가서 마케팅 부재를 고집스럽게 진행해 오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한번 고민해 보아야 하는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고민은 '자존과 오만이 한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한 기준으로 설정한후 행해야 하는 것일테고 말이다.

그나저나... 편견으로 똘똘 뭉쳐있는 우리 파트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미흡은 대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나? 에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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