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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2.13 15:55

안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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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꽃!
그 글의  제목은 '안개꽃' (?)으로 기억한다.
열차 통학을 하던 한 남학생이 있었다.  키는 껑중했지만  얼굴은 별로 받쳐주지 못한 것 같다. 그는 늘 종착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자리를 잡고 하루 같이 책을 읽으며  통학을 했다. 다음 역쯤에 또래의 여고생 둘이 열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 두 여학생은 약속이나 한듯 남학생 맞은편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두 여학생중 한 여학생은 여드름 꽃핀 활화산 얼굴에 선마슴아처럼 생겨 마치 남자 친구를 연상케한 반면, 다른 한 여학생은 하얀 안개꽃처럼  얼굴이 참 예뻤던 것 같다.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서로 마주보며 매일을 그렇게 학교를 오가면서도 그뿐, 처음 자리에 앉을 때 한번 올려다보면 그만이었다.  곧바로  책에다 고개를 떨구는 남학생 통에 아무도 먼저 말을 건네지 못했다.  남학생 입장에서는 예쁜 여학생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다 자기가 말걸기에는 여학생이 너무 예쁘다고 여겼다.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랬다고,  한번쯤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워낙이 자기 얼굴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공연히 말붙였다가   '별꼴이야, 주제 파악도 못하고......'하고 무안당하기 십상이라고 여겼다. 그저 한번 눈을 들었다가 곧 책으로 눈길을 떨어뜨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1년, 2년이 훌쩍 지나 결국 학교를 졸업하고 아쉬움만 가슴에 남긴채 대학으로, 사회로 나갔다고 한다. 그 뒤로 10년, 20년이 지나 그 남학생이 학교 선생님으로 전근 발령을 받아  어느 시내 학교로 가게 되었다. 그는  꽤 유명한 작가가 되어 책을 냈고, 담임 맡은 아이들에게 자기의 책을 선물로 주었다. 얼마후 한통의 전화가 교무실로 걸려왔다.
  '여보세요. 누구 선생님이시죠? 혹시 고등학교 때, 기차 통학을 하시지 않았어요?   고개 떨구고 책만 있던 그분 맞지요?  책의 사진을 보고 알았습니다. '
전화통에서는 연이어,
'그 때 앞에 앉아 가곤 했던 두 여학생 생각나세요. 그 때 여드름 많았던 게 나구요, 가늘가늘 예뻤던 여학생이 제 친구 '선아'입니다.  '선아'가  얼마나 선생님을 좋아했는지 아세요? 선생님이 목석이래도 그러지는 않았을 거예요. 어떻게 일년도 아니고, 3년이 다가도록 말 한마디 붙이지 않고, 책만 읽는단 말이예요. 그 '선아'가  암 투병으로 지금 병원에  있어요.  아마,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하네요.'
'아.........!'
그는 들고 있던 전화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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