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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음력 설은 그냥 별 의미없이 지나치곤 했는데 이번은 많이 다릅니다.
이렇게 2007년이 오고나서 한참 더 있다가 다가온 음력 설이 고맙기까지 합니다.

이미 무너져버린 새해 다짐을 한번 더 굳게 다짐할 기회가 온 것 같아 좋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저에게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겨울이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에 와서 두번째로 견디어 낸 겨울.  '감옥으로부터 사색'의 겨울편지들 읽으며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로 바뀌었고 나는 가능하면 L.A.로 도망치지 않고
한국의 '겨울사랑'에 흠뻑 젖어보기로 마음 먹었었지요.  그래서 이번 겨울에도,
지난 2005년 겨울처럼, 보일러 한 번 켜지않고, 전기장판, 전기매트 그런거 없이
잘 해냈습니다.  이번겨울은 "이상하게 따듯했던 겨울" 이라고들 말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이유는 그게 아니라 밖의 온도보다 내 안의 온도가 더 추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안의 모든 것들이 꽁꽁 얼어붙었으니 밖의 추위가
춥게 여겨지지 않았겠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2006년 겨울을 내 생애에서 가장
힘들고 추웠던 겨울로 만들었는가...궁금하시죠?!

  지난 12월 서둘러 미국에서 돌아온 나에게 참으로 놀라운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가르치던 공부방 (그리고 교회 중등부 아이들!) 중1 여학생
  네명이 학교폭력/성폭행 사건으로 연류되어 한 아이는 3-6개월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수술진료 중이었고, 아이의 회복에 따라 곧 재판이 시작 된다고 합니다.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이 사건이 한 번의 순간적인 감정/돌발 사건이 아니라
  이미 여러번 있었던 폭행사건들이 점차 커지면서 성폭행으로 이어졌다는 것.
  그리고 나를 더욱 더 놀라게 한 것은 지도자들/교회와 복지회관책임지들의
  무관심한 태도와 비겁한 침묵... 책임회피와 시간을 벌어 적당한 선에서 '합의'만
  보면 된다는 생각과 행동... "자주 있는 일 아닙니까?  뉴스에서 못 들어봤어요?
  좀 있으면 다 괜찮아 질거예요" 하며 "곧 잊혀질" 사건으로  간주하고는
  'Business as usual'식으로 계속 영어 기르치라고 합니다. 너무 화가 나고 슬퍼서
  나는 "여기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답하고는
  지금까지 모든 자원봉사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인구 7천명의 작은 바닷가 항구마을, 감포.  이름도 "달콤한 항구" 라는데, 어찌하여
이렇게도 깊은 아픔과 슬픔에 찌들어 캄캄한 어둠 속인지... 정말 가슴 아픕니다.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 일 만큼은 계속 하고 있는데, 지난 주 공과 시간에 7명의
중1 남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갖가지 색연필이 나란히 줄 서있는 그림을 보고
"나의 집, 나의 학교, 나의 동네" 분위기를 대표하는 색갈을 고르게 하는 교재였지요.

이제 초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중1이 된 이 아이들 7명중 5명이 "Black" (우리 반은
이중언어를 씁니다! ^^) 이라고 답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솔직한 대답에 놀래며
다시 물었습니다:  "여러분 마음은요?  무슨 색일까요?"  모두 똑같이 다시 "Black"
이라고 답했습니다. 한 아이는 "가끔 Black, 가끔은 Red!" 라고 했고, 또 한 아이는
고개 푹 숙이고 말이 없었습니다.  조금은 당황했기에 어떤 말로 어떻게 넘어갈까
궁리하고 있는데, 한 녀석이 묻습니다:  "선생님은 무슨 색갈이예요?"  아무 대답
못하고 어리벙벙한 나에게 다른 아이가 장난치며 "빨강, 핑크, 노랑색, 맞지요 그죠?"
아니라고 고개흔드는데 또 다른 녀석이 일어나 춤추면서 "쌘님은 무지개색 아이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나의 마음은, 나의 골목, 나의 감포 동네를 뭐라고...???!!!"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다행히 공과시간 끝! 종이 울렸고...

    시외버스에서 내려 감포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그러니까 2년 전, 작은 어촌 마을,
감포 바다의 그 푸르름이 빛났고, 부드러운 햇살에 눈부시게 초록색이던 소나무 숲
언덕, 구수한 사투리에 때끈때끈한 목소리로 화기애애하던 장터아지매들의 함박웃음
소리...  정말 무지개만큼 밝고 아름답던 감포의 순박한 풍경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이제, 2007년의 설이 내일.  선생님의 귀중한 새 선물책, [서화에쎄이 처음처럼]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해원 스님이 말씀하셨듯이 ^^) 펴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도 모르는사이 가슴 한 구석 깊은 곳으로부터 기도 한 마디가 흘러 나오네요:  
    "하나님, "처음처럼", 변함없는 마음으로 감포를 사랑하게 하소서.... "

   구정 설이 있어 한번 더 뒤돌아보게 하고, 한번 더 생각하게 하고, 한번 더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꿈꾸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구정 설은
특별히 더 고맙고 또 고마운 '감포의 아메리카' 입니다. 우리 '숲'의 나무님들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많이 받으셔요!!! 곧, 웃는 모습으로 뵙게 되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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