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내복

by 김성숙 posted Feb 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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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되면 새배돈을 받을 수있다는 소박한 계획으로

기다렸다가.나에게 주어진 백원으로 십원짜리 저금통을 사곤 했습니다.

그리고 90원을 거기에 넣는 거죠.



십원짜리 저금통은 모양이 십원짜리처럼 생겼었는데..

혹시 기억나는 사람 있을지..



연날린 기억도 없고..

별 추억이 없는 밍밍한 어린시절을 보내서인지..

연탄불에 가래떡 구워먹던 일

한동네사는  나보다 나이도 어린꼬마가 늘 대문밖에서 놀자.....부르면

나가서 함께 그 추운 골목에서.유리구슬치기 하던일..(알롱쏠롱이라고 불렀어요)

손은  늘..터서 목욕탕갈때가 되면 피도 나온곤 하던 시절..

내복도 한달에 한번 갈아입고..그랬었는데..



빨간내복 입는 달은..그것 자랑하느라 조금 내놓고 다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설프기 짝이 없는 행동들인데..

왜 그 당시엔 내 희노애락을 좌우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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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 내 희노애락을 좌우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봅니다.



돈을 좀 많이 벌게되면..기쁘겠죠

내가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것을  별 걱정하지 않고.줄수있으면 ..기쁘겠죠.

내 딸..내가 책임져야할..사람들의 인생이 편안하면 걱정이 없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수있으면...마음아프지 않겠죠.



나의 건강...

영화관이나..목욕탕까지.걸어갈수있는 건강..



그 나머지는..

뭐가 있을까요.



나의 희노애락..



빨간내복만으로도..학교길이  뿌듯했었는데..

40년 정도 지나고보니..많이 변했네요



내 딸을 바라보면서 저 애도 내가  빨간내복을 자랑하듯..

자 엠피쓰리를 자랑하는 건가..? 늘 귀에 꼿고 다니거든요..



사람들마다..저마다 나름대로 빨간내복이 있을 듯합니다.

멋진 자동차가 될수도 있고..

외국이름이 줄줄나오는 지식이 될수도 있고.

멋진 외모.

돈많이 벌어오는 남편..

공부잘해서 학벌이 튼튼한 자식...



나름대로 빨간내복이 될만한 것들이죠..

별로 가진 게없는 나에게..

빨간내복은...혹시 신영복선생님이 아닐까..

새해 아침 이런 생각을 합니다.


친척들이 오고가던 시절을 다 보내고

이제 그분들  다른 세상으로

꼭 오시던  전주 작은 아버지마져..못오시니

그냥 우리식구만 맞이한 설날입니다.


아버지의 빨간내복은  친척들이 가져다 주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었는데

전쟁터에서 장수들을 다 잃어버린 대장처럼..

아버지는 오늘 아침..단촐하게 새해를 맞이합니다.

우리들의 빨간 내복도..세월 앞에서..

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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