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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3.07 22:01

낯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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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런 방식으로 서로를 맞이 해왔는 데 열쇠를 열고 들어오는 나의 집 기운이 서늘하기도 하고 고약하다.

누가 점수를 메기는 것도,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나의 고지식함으로 꽃샘 추위가 시작되었던 월요일도 정확히 23시 50분에 열쇠를 돌렸다. 그냥 헐겁게 돌아가는 느낌이 이상하다. 매번 이상없이 제 소임을 잘 수행하던 열쇠가 몇 번의 실갱이에도 열리지 않는 것이다. 이 추운 한밤중에 어디서 보내나, 내일 아침 출근이라 쉬어야 되는데. 순간 당황. 마침 밤 12시가 되어도 열쇠아저씨가 오더라는 동생의 말이 기억나서 가방과 계란 한판을 문 앞에 놔두고 공중전화를 찾아 아까보다는 더 어둡고 추운 듯한 거리로 나섰다.  

무슨 철학이 있다고 아직도 핸드폰 없이 이런 추운 날에 공중전화를 찾는 나 자신이 참 미련스럽다 싶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아저씨의 도움으로 방으로 들어가니 나갈 때의 모습과 다른 것이었다. 후배를 불러다 떡국을 끓여주고 함께 학교로 갔던 18시 40분과 지금의 어느 사이에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3층까지 기어올라와 장롱과 책상 서랍을 모두 헤쳐 놓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표를 포함한 60여만원만 달랑 들고 갔다. 은행에 가는 것도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라 왕창 찾아다가 하루에 만원씩 들고 나가 어느 정도 떨어졌다 싶으면 또 왕창 찾아놓는 그런 개념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은행갔다 온지 며칠 만에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왕 집어갈 것이면 사람되는 책이라도 좀 들고 갈 것이지. 바보 같은 놈이라구.

화요일, 퇴근하고 그냥 집으로 곧장 가야하나, 아니면 학교에 가서 책을 읽고 가야하나 머뭇 머뭇, 예라 모르겠다 또 그 시간에 집에 들어갔다. 오늘은 출근해서 은행으로 경찰서로, 법원으로 사고 뒤처리로 반나절을 보냈다. 그러다 또 이렇게 앉아 있는 걸로 보아 인천행 막차에 맞춰 일어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이런 생활방식이 위험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 일주일 이상은 나의 집과 내 생활에 대한 관찰이 있었을 테고, 나름대로의 생활패턴을 습득한 후 작업을 진행했을 터인데, 그렇다면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내 생활 리듬을 바꿔야 하지 않나. 밤이 되면 집에 불이라도 켜놓고 있는 식구들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여태까지 꿀꿀한 마음을 위로할 사람없이 장경태는 뭐 바랄 것 있다고 이렇게 사나 싶다.

나와는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던 낯선 타인의 시선이, 그의 손길이 훑고 지나간 나의 집을 들어가는 일이 참으로 낯설고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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