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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내리는 눈발!'
  긴 겨울이었지만, 한강 물이 얼지않은 몇 십년만의 따뜻했던 겨울이라고 한다.
어려운 사람 겨울나기에 따뜻한 겨울은 비싼 기름 값 아니라도 많은 보탬이 되었을 터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직도 철 없는 탓인지, 겨울에는 겨울답게 썰썰 춥기도 하고, 하루 이틀 출근 길이 막히더라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온 세상이 하얗게 되기를 은근히 바란다. 하여간 올 겨울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나, 눈이 연일두고 오지도 않았고, 정작 봄날인지 겨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춥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게 1월, 2월,  대한(大寒),  소한(小寒)마저 별로 춥다는 기억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지나고,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驚蟄) 날, 겨울에도 없던 추위가 몰아쳐 하얀 눈발이 내리는가하면 지역에 따라서는 강풍에 대설주의보까지 내려졌다고한다.  추워야할 겨울 따뜻하게 보내고 따스함으로 맞을 봄날에,  겨울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하게 가르쳐주듯 늦추위, 듣기 좋은 말로 '꽃샘추위'가 전국의 기온을 영하권으로 떨어뜨렸다.  감옥에서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기다렸을 선생님도 만일 올해 같았으면 더디오는 봄을 더욱 기다리시지 않았을까? 그래서 '책' 어딘가에도 늦 추위가 꼭 한번은 있다고 마음을 내려놓지 않는 대목이 생각난다. 경칩. 절기대로라면 따뜻한 봄이 온줄 알고,  맨몸으로 나왔을 개구리 얼어죽기 딱 좋은날이었다.

  '봄날에 내리는 눈발!'
   봄날의 눈발은 제대로 땅에 발을 딛지 못한다.
내가 보기에 내리기는 분명 하늘에서 내려오지만 내려서 발 디딜 곳을 찾지못하고,  딱이 갈곳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정처없는 그런 사람처럼, 바람에 나부끼는 스산한 모습으로 나를 일깨운다.
  매년 있는 일이지만 2월 말이되면, 학교에서는 가는 사람, 오는 사람으로 술렁이고, 하얀색 발령장 하나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학교로 가기도 하고, 그간 한 식구처럼 지내던 정든 사람들과 헤어져 혼자서 멀고 외딴 학교로 가기도한다.
  십년은 되었을까? 집사람이 시(市)지구인 특구역 만기가 되어 타시군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 때도 딱 2월말이었다.  대개 어느 학교로 발령을 받을 것이라는 연락을 주고 받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발령장이 인쇄물로 나오기까지 어느 학교로 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예상하기를 바로 고개넘어 여러 큰 학교가 있으니 비교적 가까운 그 학교들로 가지 않을까 여겼다.
발령장이 나오는 날, 집사람한테서 연락이 왔다. 발령 받은 학교는 고개 넘어 가까이에 있는 어느 학교도 아니었다.  이름도 처음듣는 D라는 학교였다. 나는 그  D라는 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시골학교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집사람의 전해오는 전화 목소리로 보아  당혹해 하고, 심난해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는 집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학교 가까운 곳으로 가 만나기로 했다.  내가 그곳으로 갔을 때, 바로 그 '봄날의 눈발'이 수도 없이 내리고 있었다.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그런 눈발이었다.  집사람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는 것은  바람에 나부끼던 눈발이  눈에 들어가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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