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를 해야는데..

by 김성숙 posted Mar 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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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평생학습에서 은빛 한글반 수업을 맡아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죠..
그분 말씀이 할머니들이 5년동안 수업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사정상 못하게되서....

이렇게 해서 어제 첫수업을 했습니다.

거의 반장격인 80에 가까운 할머니가..
새로 선생님이 오시는데...파티를 해야는데..
내가 돈이 없어서..그러면서 내 놓는 것이 깜밥이었어요..
그리고 요구르트...

할머니들은 5년이나 배웟는데도 받아쓰기를 하니..
운동화..에서 막혔습니다.

5년이나 배우셨다면서요....?
그것이 말이 5년이지..농사철엔 빠지고 배우면 뭐혀..그대로 잊어먹는데..

그래도 이렇게 오며가며 배워서.버스어디가는지를 읽을 수잇어서 좋아..
버스가 오면 누구더러 읽어달라고 하는일이.참 부끄럽더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신세한탄으로 이어졌습니다.
죽도록 일만 헌 세월여...
몸만 아프고..누가 알아주나..
아들놈 손자놈들..다 무시허고 내가 말허면 아무도 안들어.
..조금 과장된 불효막심한 아들놈 이야기하다가..

상황 반전을 위해..
다시..그래도 이렇게 배우러 나오실만 하니.
얼마나  좋아요..

근데 뜻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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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금 재밌게 시간을 보내려고.

시를하나 칠판에 적었습니다.

노을을 퍼마시고
노을을 퍼마시고
노을이 된...
홍시..

이 시를적어놓고..시퍼런 감이 어느날부터 붉어지는 것이
아무래도 노을을 한국자씩...퍼마신것같다고 생각한 사람이 지은
시라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러자..건강검진받고 왔다며 늦게온 할머니가..대끔..

우리들이야기네. ..아 그렇잖여..
매일 일만허다.퍼런 청춘 다 보내고..이렇게 고부라졌잖여..
홍시같이 푹삭..물러졌잖여..

아..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앗던..
해석을 할머니가 대끔 꺼내놓은 것입니다..

할머니들에 그동안 썼던
나비..운동화..장독대 같은 .아무런 내용없는 단어가 아니라
이분들과.. 정서가 깃든 문장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햇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에는 이제.은빛 머리카락을 날리는
할머니들과  함께  해야합니다.
그분들의 언어가.그분들의  삶속에 깃든 지혜가
나에게도  물들겠죠..
신영복선생님이 말씀하신 노인 한분이 있으면 그 동네에 도서관이 하나 있는 것이란 이야길 차근차근 해드렸습니다.
할머니들이 빙그시 웃었습니다.
고추장 된장 담는법을 할머니들은 책 안보고도 다 알잖어여..
가을 서리오기 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다 알잖아요..

그럼 그럼...

말하는 내가 기특한지..하이고..전주에서 다닐려면 힘들것네...
연신 나를 걱정하십니다.
우리는 벌써 한편이 되어버렸어요.

할머니들과 내가 만들어 가는 파티가..이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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