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공부방에서 있었던 감포의 "초목같은 아이들"과 honeymoon 이야기입니다:
혹시 옷을 정장으로 차려입으면 '존경'함을 얻을까... 힘들게 옷 골라입고,
화장(?)분장(?)작업도 꽤 시간과 공들여 하고, 않하던 악세서리까지...
조금은 불편스럽게 그러나 어깨에 힘주고 등 쫙 펴고 아이들 앞에 섰습니다.
막 Lesson 시작하려고 폼 잡는데:
"선생님, 질문이요!" 아주 큰소리로 키 큰 아이가 묻습니다.
"질문은 이따 질문시간에 하는게 어때요? 급한 것 아니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급한 거예요, 아주 중요하구요!" 얼굴을 보니 급한 것보다 장난끼가 가득, 하지만,
"뭔데요? 간단히 말해봐요," 했습니다. (돌아보니 이것이 오늘의 저의 대실수!!!)
"선생님 몇 살이예요?" 잠시 얼얼한 표정으로 서있는데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그냥 무시하고 칠판에 오늘 주제를 쓰면서,
"말했잖아요, 나 나이 많다고...? 자, 오늘 교재는...." 하는데 다른 아이가 또,
"우리 담임 선생님은 서른 한살이래요... 그 보다 많아요?" 하는 수없이 웃으며,
"많아요, 엄청 많으니까 그만들하고 공부해요, 네?!" 하는데 또 다른 아이가,
"얼마나 많은데요? 마흔 넘었어요?" 다른 애들이 "마흔~?!"하며 웅성거립니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나이 묻는거 실례인거 알죠? 특히 미국에서는 말이예요..."
설명하는데 키 큰 아이가 또 묻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내가 지고맙니다):
"솔직히 말해보세요, 선생님 쉰은 아니죠?" 아이들이 놀랜 얼굴로 "쉬인~?!"
하며 고개를 흔들며 커진 눈으로 봅니다.
한숨 길게 내쉬고 기침 한번하고 옷매무새 가다듬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웃으며
칠판에 쓴 오늘의 Lesson을 읽으려는데, 키 큰 아이가 또 큰 목소리로 말 합니다:
"선생님, 쉰은 아직 아니죠? (고민하는 표정으로) 쉰살이면 우리 할머니인데요..."
아이들 모두 합창하듯이 "할머니?!" 하며 웃음 보따리가 터집니다.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고 다시 침착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쉰 살이셔? (고개끄덕이며) 그래? (웃으며) 공부합시다!"
차분하게 폼 잡고 공부 시작하려는데 키 큰 아이가 한 방 더 큰소리로 먹입니다:
"울 할머니보다 많으면... 그건 말도 안되요. 그럼 증조 할머니란 말이잖아요...?!"
이제는 아이들 모두가 바닥에 굴르듯이 웃어대며 "증조 할머니? 증조 할머니?"
고개 푹 숙이고 섰는 내 머리 속으로 "그래, 그럴수도수 있는 얘기네..." 생각하는데
내 모습이 안되었는지 조금 조용해지는 클래스. 한 녀석이 손 들고 물어봅니다:
"선생님, 할머니는 그랜드마더... 맞죠? 증조할머니는 영어로 뭐라고 해요?"
"어어, grandmother (칠판에 쓰며) 앞에 이렇게 (또 쓰며) great 라고 붙여서
great-grandmother 하면 증조할머니라는 말이예요." (휴우~ 살았다 싶었는데...)
또 웃음보따리가 터지는 아이들: "야, 증조할머니는 great 란다, great! 오마이갓!"
하며 배꼽잡고 딩굴며 서로 치고 받고 한참을 웃어제낍니다.
오늘 공부는 또 이렇게 엉망(?)으로 웃음바다가 되어버리고 아이들에게 '존경'을
얻으려면 아직, 아주 멀~었다 싶은 저의 모습입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별도 달도 없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맞다, '엄마'가 못 되었는데 어찌 '할머니'가 될 수 있겠나?!
또 '할머니'가 못 된 사람이 어찌 그 위대한 '증조할머니' 자리를...감히...?!!"
혼자 씁쓸하게 웃어넘기며 걷는데 꽃샘추위가 진짜 억수로 춥다고 느껴지네요.
감포의 "초목같은 아이들"과의 honeymoon 이야기...이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