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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님에게는 퀘퀘묵은 먼지 앉은 안경으로
쌀과 뉘를 구분하려 발버둥치는 한심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님의 글을 읽고 나서, 님에게 그림 하나 시 한편 띄우지요.
제 답글이라 생각하시고 읽어보세요.

'흡사 과거 민중미술이 막다른 절벽에 부딧쳐 갈길잃고 날 저물었듯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실패한 모습만 보신 것 같아 안타깝군요. 그런 면도 없지 않았지요.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건 아닙니다. 얼치기 진보, 얼치기 운동권들도 없지 않지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있습니다. 왜 없겠어요.
아무튼, 제가 아는 최병수 화백같은 분은 민중미술에 자신의 삶 전체를 걸지만
막다른 절벽에 부딪쳐 갈 길 잃고 날 저물지않고, 더 풍부하고 더 신선하고
더 아름다운 길로 계속 확장시켜 나가더군요.
그래서 몇년 전에 보고 감동 컸던 그림 하나 보여드립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냉소적으로만 보지 마시고 긍정적으로도 좀 보시라고...
이 그림 밑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군요.
'한 이라크 할아버지가 폭격에 맞아죽은 손자를 안고있다.
  잘린 다리에서 평화를 그리는 꽃이 핀다'
  

       *      *      *

숲속을 향하여
우리는 가까이 간다
아침의 거리를 지나서
안개의 계단을 올라보라

우리가 가까이 가면
대지의 가슴은 파르르 떨고
여전히 다시 태어나는 하루

하늘은 넓어지리라
잠의 폐허 속에서
휴식과 피로와 체념의 두터운 어둠 속에서
산다는 일은
얼마나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까
대지는 싱싱한 육체의 모습을 회복하고
바람은 가라앉아
우리의 눈 속에 태양과 어둠은
변함없이 흐르리라
확실한 우리들의 공간 우리들의 맑은 대기가
인습에 의해 낙후된 구렁을 메울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함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며
서로가 공감하는 언어로 이야기하리라

퍼지는 어둠과 그 어둠의 공포를
눈빛에 담은
반대편에 선 내 형제들이여
내 당신들을 버려둔 곳 어디인가
지난날 당신들이 하던 일
게으른 기름떼 속에 무거운 손을 담그고
별다른 희망이 없어
죽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오 길 잃은 내 형제들이여
나는 간다 생을 향하여
나는 인간의 얼굴을 지닌다
세계는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러면 나는 외롭지 않아
수많은 나의 얼굴이 빛을 쌓아가고
수많은 비슷한 시선이
육체를 평등하게 만들어놓는다.
이것은 새, 이것은 아이, 이것은 바위, 이것은 들판,
모든 것은 우리와 함께 뒤섞이고
심연 밖에서 만나면 터지는 황금빛 웃음
단 하나의 계절을 위해 발가벗은 물과 불
이 세계 앞에서는 저무는 것이 없다.

서로를 확인하는 우리의 손과 손
서로를 뒤섞는 우리의 입술과 입술
신선한 피와 결합된
최초의 꽃피는 열정
프리즘은 우리와 함께 호흡한다.
넘쳐 흐르는 새벽이여
여왕 같은 풀잎 위에서
이끼 위에서 눈발 위에서
파도와 파헤쳐진 모래 위에서
사라지지 않는 유년시절 위에서
모든 동굴 밖에서
우리들 자신 밖에서

- P. 엘뤼아르, <나이는 없이 (SANG AGE) > 전문 _




2007. 3. 19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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