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대상 게시판

청구회추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강의
변방을 찾아서
처음처럼
이미지 클릭하면 저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숲속의소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혹시 님에게는 퀘퀘묵은 먼지 앉은 안경으로
쌀과 뉘를 구분하려 발버둥치는 한심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님의 글을 읽고 나서, 님에게 그림 하나 시 한편 띄우지요.
제 답글이라 생각하시고 읽어보세요.

'흡사 과거 민중미술이 막다른 절벽에 부딧쳐 갈길잃고 날 저물었듯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실패한 모습만 보신 것 같아 안타깝군요. 그런 면도 없지 않았지요.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건 아닙니다. 얼치기 진보, 얼치기 운동권들도 없지 않지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있습니다. 왜 없겠어요.
아무튼, 제가 아는 최병수 화백같은 분은 민중미술에 자신의 삶 전체를 걸지만
막다른 절벽에 부딪쳐 갈 길 잃고 날 저물지않고, 더 풍부하고 더 신선하고
더 아름다운 길로 계속 확장시켜 나가더군요.
그래서 몇년 전에 보고 감동 컸던 그림 하나 보여드립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냉소적으로만 보지 마시고 긍정적으로도 좀 보시라고...
이 그림 밑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군요.
'한 이라크 할아버지가 폭격에 맞아죽은 손자를 안고있다.
  잘린 다리에서 평화를 그리는 꽃이 핀다'
  

       *      *      *

숲속을 향하여
우리는 가까이 간다
아침의 거리를 지나서
안개의 계단을 올라보라

우리가 가까이 가면
대지의 가슴은 파르르 떨고
여전히 다시 태어나는 하루

하늘은 넓어지리라
잠의 폐허 속에서
휴식과 피로와 체념의 두터운 어둠 속에서
산다는 일은
얼마나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까
대지는 싱싱한 육체의 모습을 회복하고
바람은 가라앉아
우리의 눈 속에 태양과 어둠은
변함없이 흐르리라
확실한 우리들의 공간 우리들의 맑은 대기가
인습에 의해 낙후된 구렁을 메울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함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며
서로가 공감하는 언어로 이야기하리라

퍼지는 어둠과 그 어둠의 공포를
눈빛에 담은
반대편에 선 내 형제들이여
내 당신들을 버려둔 곳 어디인가
지난날 당신들이 하던 일
게으른 기름떼 속에 무거운 손을 담그고
별다른 희망이 없어
죽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오 길 잃은 내 형제들이여
나는 간다 생을 향하여
나는 인간의 얼굴을 지닌다
세계는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러면 나는 외롭지 않아
수많은 나의 얼굴이 빛을 쌓아가고
수많은 비슷한 시선이
육체를 평등하게 만들어놓는다.
이것은 새, 이것은 아이, 이것은 바위, 이것은 들판,
모든 것은 우리와 함께 뒤섞이고
심연 밖에서 만나면 터지는 황금빛 웃음
단 하나의 계절을 위해 발가벗은 물과 불
이 세계 앞에서는 저무는 것이 없다.

서로를 확인하는 우리의 손과 손
서로를 뒤섞는 우리의 입술과 입술
신선한 피와 결합된
최초의 꽃피는 열정
프리즘은 우리와 함께 호흡한다.
넘쳐 흐르는 새벽이여
여왕 같은 풀잎 위에서
이끼 위에서 눈발 위에서
파도와 파헤쳐진 모래 위에서
사라지지 않는 유년시절 위에서
모든 동굴 밖에서
우리들 자신 밖에서

- P. 엘뤼아르, <나이는 없이 (SANG AGE) > 전문 _




2007. 3. 19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325 李대통령 국정지지도 40% 넘어? 8 안중찬 2009.08.25
3324 희망이란? 푸른세상 2009.06.17
3323 희망이 있는가 이 물음에 나는 분노한다 4 육체노동자 2003.11.28
3322 희망의 근거를 말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습니다. 27 바다풀 2007.10.09
3321 희망에 바치는 송가 조원배 2006.10.01
3320 희망(가명)이의 장래 희망 4 배기표 2011.06.09
3319 희망 2 박명아 2008.03.25
3318 흥미로운 기사 올려봅니다. 배형호 2006.09.30
3317 흙이 된 할머니 박 명아 2007.01.02
3316 흑인이란 이유로 '우리 집' 떠날 순 없어 2 이명옥 2009.01.03
3315 흐름과 소통에 대한 단상 6 안광호 2011.05.12
3314 휴식 11 박 명아 2007.05.25
3313 훔쳐 갑니다. 4 최상진 2006.12.12
3312 후기는 3일이 지나기전에... 4 그루터기 2010.12.20
3311 회원제에 관한 논의를 위해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4 황정일 2011.11.24
3310 황인숙 시인의 시집&lt;자명한 산책&gt;에 실린 첫 번째 시[강] 2 김난정 2006.12.15
3309 황우석 교수와 태호 6 배형호 2005.12.22
3308 황대권 강연회 - 생명평화운동과 초록문화 4 이승혁 2008.02.13
3307 황금빛 모서리 그 후... 1 萬人之下 2007.02.22
3306 환멸 (펌) 5 지나는이 2003.05.2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67 Next ›
/ 16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