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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그 시에서 우울한 상념을 주체하지 못하는 분께

시인이 별로 유쾌하지 못한 표정으로 써내려간 이러저러한 명절날 단상들..

바깥의 소란한 풍경은 그저 부조리한 세상 이시대의 당연한 한 초상일 뿐...
그래서 도데체 어쩌란 말인가?
이게 무슨 예리한 발견이나 상징이 되는 듯, 시대에 규격화된 언어로 나열해 놓은
시인의 노고는 갑갑하고 고리타분한 데생이 아니던가?

차라리  

일년만에 얼굴 잊어먹지 않을 정도로 오랫만에 모처럼 모여
(예쁘게 다정히 혹은 의젓하게)둘러앉아 티브이나 보며,
포호호호거리며
히히덕거리며...

풍성한 사물의 기호와 전면적 코드의 난무속에서
먹고난 고기 반찬의 여취와 트림이 어우러진 기묘한 혼합물이 제공하는
분위기에 도취해 그 공허한 허공이나 응시하는 편이 오히려 나을 뻔 했다.

아! 그대 이제야 첨 보는 풍경인가?
그것은 자신이 뭔지도 모르기에 이미 진작 현실에 투영된 모습일 뿐
그냥 그대로, 곧이 곧대로 옮기는 것은 좋은 그림도 좋은 시도 아니다.
(흡사 과거 민중미술이 막다른 절벽에 부딧쳐 갈 길잃고 날 저물었듯이)  

얼치기인 줄도 모르는 얼치기들이 진짜 참기름같이 끈적 끈적 쏟아 붓는데
퀘퀘 먼지쌓인 안경으로 쌀과 뉘만 구분한들 도데체 뭔 소용이란 말인가?

소란? 이 일상적 소란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한낱 바깥 풍경일 뿐
도데체 견디고 말고 도데체 뭐 어쩌란 말인가?

쌀과 뉘..
그대 꾸역꾸역 밥 드시라
곧 쌀과 뉘는
무엇이 쌀이고 무엇이 뉘인지 구별이 안될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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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배님 인용해주신 시 잘 보았습니다.
오랫만에 와봐도 님은 여전하시군요. 좋은 봄 되세요!



아래는 인용해주신  백씨의 시 <견디다>전문

명절날 친척들 한 자리에 둘러앉으니
그곳이 이제 갈등 들끓는 국가다
그 가운데 한 명 이상은 사장이고
한 명 이상은 극우파이고
한 명 이상은 붉은 머리띠를 매어 보았고
한 명 이상은 고학력 실업자이고
한 명 이상은 비정규직이고
한 명 이상은 영세상인이고
한 명 이상은 조기퇴출되어 보았고
한 명 이상은 대기업 정규직이고
누구는 파출부를 하면서 극우파이고
누구는 농민이면서 친미파이고
누구는 부동산으로 돈깨나 벌었고……

누구든 하나가 세상 푸념 시부렁대면
여지없이 면박이 날아온다 위아래가 치고받는다
누구 없이 망국론이다 전엔 여당 야당이 다투더니 이젠 전방위다
그러나 그것이 차라리 진보라면 진보다
정치가 이제 밥상머리에 왔다
권력이 이제 문간 들머리에서 쌈질이다
정치가 삶에 들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누가 누구의 전부를 뭉개버리기 어렵게 되었다
산 것과 죽은 것이, 쌀과 뉘가 뒤섞인 건
오래 가지 않는다 밥솥까지 가지 못한다
그걸 선별해내느라 구경꾼들이 무대까지 올라왔다
지금은
이 소란스러움을 견디는 일이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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