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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3.31 13:14

동물원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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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연합 엠티라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얼굴도 좀 익히고
아이들과의 진솔한 대화도 나누고 친목도 도모할겸,
나로서는 사뭇 열의에 찬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학교로 향했다.

문창과 아이들이 모이기로한 학교 전산소 앞에서부터
좀 불안하긴 했다.
하지만 그 불안을 떨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베어스 타운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받고 점심을 먹고 간단한 운동으로 서로의 서먹함을 없애고....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런데....
놀이는 지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
저녁을 먹고도 놀이는 계속되고....
책에 대한 토론이니,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니,
창작에 대한 외로움과 진지한 고민들은,

끝까지

없었다.

놀고 먹고, 또 놀고 먹고....
싫증도 지치지도 않았다.

문창과를 졸업한 선배가 왔다.
선배는 후배들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고통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주며 조언을 해 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문창과 2학년에 다니고 있어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난 그들이 노는 것을 잠시 구경하다 잠이나 자는 것이 남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 잠을 잤다.
잠을 자다 일어나니 밤 12시였다.
교수님들께서 진작에 오셔서 강당에 계신다고했다.
강당으로 올라가 교수님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문창과에 들어 온 아이들 중에 글을 쓰고 싶어서 온 아이들은
없습니다. 그냥 성적에 밀려 들어 온 것이지요.
그 중에 1-2명만 건져도 행운입니다.
저의 제자 중에 시인을 한 명 내는 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방으로 내려와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글에 대한 진지함도 고민도 없었다.

"우린 솔직히 글을 쓰고 싶어서, 글이 좋아서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성적때문에 할 수 없이 왔습니다.
저희는 지금 글보다 취직이 더 간절합니다."

4학년이 말하는 솔직한 그 말에 더 진정성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쓰러져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쌍쌍이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문창과를 졸업한 선배는 후배 여자친구를 꼭 끌어안고,
문창과 남자란 남자는 죄다 문창과에 여자친구를 가지고 있는
그들의 말대로 C.C인 여자 후배들을 끌어안고....
술병은 여기저기 뒹굴고....
이들이 문창과를 들어 온 이유는 서로들의 짝을 찾기 위함 같았다.


창문을 열었다.
어제 내린 비로 황사를 씻어낸 바람은 신선했다.
순간 난 결심했다.
탈출해야겠다!
이 동물원을!

여자 수가 남자 수보다 월등히 많은 문창과에서
못 생겨서 C.C가 되지 못한, 남자에게 구원받지 못해
불행하고 나쁜여자(착한여자=예쁜여자, 못생긴 여자=나쁜여자의 등식이
당연시 되고 있는, 지금 내가 속한 작은 사회) 아이에게
교수님께 급한 일이 있어 집에 먼저 간다고 전해 달라고 말한 후
나는 급히 동물원을 빠져나왔다.

엠티를 가서 그나마 내가 얻은 소득은
앞으로는 결코 문창과 아이들로 인해
울컥함은 결단코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런데 마음은 왜 이리 꿀꿀한지 모르겠다. 젠장~

'그래, 나의 딸 말대로 나만 한다는 생각으로 하자.
나만 잘하면 장땡이지!
그리고 어차피 등록금도 공짜겠다, 치매예방 차원에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더불어 함께가 아닌 나 홀로 공부하러
다닌다고 생각하자. 어쩔 수 없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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