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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의 봄 역시 화사한 꽃나무들과 쑥쑥 커가는 온갖 텃밭의 보리, 채소들 속에
참 아름답습니다.  바다와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름 속에 하나가 되어 흐르고
그 속에 아이들, 어른들 모두 바쁘게 봄 날을 맘껏 즐기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많이 밀렸네요.  짧게, 밀린 글 몇 개만 올려봅니다:

   "증조할머니" 사건이 있은 후에 혹시나하고 옷차림새를 다시 청바지/쟈켙으로
   바꾸고 아이들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녀석들은 어디서 함께 모여
   놀다가 오는지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 들어옵니다.  그 날도 강의 시작 시간
  1분 전쯤에야 우르르 몰려 왔습니다.

   "어서들 와요!"  반갑게 인사하는 나에게 한 녀석이 앉으면서 던지는 인사...
   "헬로...그랜드 마더!"  웃어 넘기려는데 옆에 다른 아이가 "야, Great 해야지..."
   하는 겁니다.  그랬더니 곧 바로 다시 "헬로 그레이트 그랜마더!" 하는 아이.
  
   웃음바다로 시작되는 강의를 막으려고 진지하게, 어깨에 힘 잔뜩 담고 나는
   "솔직히 엄마 소리도 못 들어 본 사람에게... 할머니, 증조할머니... 고맙기는
   한데 좀 너무 하다는 생각 안들어요? (웃어보이며) 자, 공부합시다!" 했습니다.

   한 녀석이 불쑥, "쌘님 결혼하면 되잖아요, 결혼?  왜 않해요?" 그냥 웃고마는데
   목소리 크고 키 큰 녀석이 "에이, 우리가 엄마라구 할께요.  그러면 되죠?"
   고맙기도 하고 참 기특하기도 하여서 뭐라고 답변 할려고 하는데 한 마디를 덧
   붙입니다:  "Mother!"  영어의 'th' 발음을 가르쳐 준대로 정확하게 하며 혀를 길게
   낼름거리며 모두에게 보입니다.  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는 교실.  웃음 참으며
   겨우 "고마운 얘기지만 우린 공부해야 하니까 그냥 '선생님' 하면 되겠습니다."

   휴우~ 적어도 내 별명이 '증조할머니'가 안 될것이라는  희망이 보여 안심하며
   강의 시작하려는데, 한 녀석이 묻습니다:  "쌘님, 우리 선생님 집에 언제 가요?"
   웅성거리다가 모두 눈 깜빡거리며 대답을 기다립니다.  '선생님 집에 가도 되요'
   가 아니라 '언제 가느냐'는 당돌하고도 뜸들인 계획적인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글쎄..."  한 녀석이 "오늘 어때요, 우리 오늘 시간 많은데... 네?" 모두 끄떡이며
   웅성거립니다.  "오늘은 안되고...다음에 한번 날짜를 정하기로 합시다" 했습니다.
   또 한 녀석이 "빨랑 정해야 해요.  우리 바쁘단 말이예요."

   무슨 일로 바쁘냐고 물었더니, '중국 체험여행(?), 중간고사...' 등 리스트를
   늘어 놓는 아이들.  "알았어요, 다음 토요일... 어때요?  음식은 지난 번 내가
   해 준 김치 볶음밥... 괜찮죠?"  (나의 유일하게 자신있는 단골메뉴 딱 하나!)
   한 녀석이 일어나더니 "김치 볶음밥은 됬구요, [인화반점]에서 짬뽕 열그릇,
   짜장면 둘이면 됩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탕수육도 시키면 좋구요!"
   또 다른 녀석이 "거기 짬뽕 진짜 죽여요! 배달도 쨩이구요!"  

   이름도 못 들어 본 중국식당을 들먹이며 이미 메뉴와 시간도 다 짜놓은 아이들.
   하는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는 나의 집에는 TV 유선도,
   인터넷 연결도 안되있고, Video/DVD 기계는 고장이다...하고 선포했더니,
   모든 아이들의 눈이 둥그렇게, 입벌리고 있다가 합창하듯이 던지는 한 마디:
   "와아, 선생님 어떻게 살아요???!!!!"

   쌰악 웃으면서, "그냥 숨쉬며 잘~살지요?!" 했답니다. (한 방 먹였다싶어 뿌듯뿌듯!)

   참으로 재미있고, 정신없고, 시끌벅적 떠들썩하게 보낸 우리들의 첫 파~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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