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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10:20

타자, 내 안에 깃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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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내 안에 깃들다
허버트 로트먼의 전기 <까뮈, 지상의 인간>
    이명옥(mmsarah) 기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Aujour'hui maman est morte. Ou peut-etre hier, je ne sais pas).'

저 한없이 충격적인 문구는 까뮈의 소설 <이방인>(L'ETRANGER)의 첫 문장이다. 고립된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쓰여 진 <페스트>에서 보여지는 세기말적인 암울함 역시 그의 작품만의 독특함으로 내게 각인되어 있다.

한때 그의 책들은 그 어느 프랑스 작가들 책보다 많이 번역되지 않았나 싶다. 불문학도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번쯤 제목을 들어봤을 <이방인>에서부터 <페스트> <시시포스의 신화> <전락> <결혼> <칼리굴라> <최초의 인간> <반항적 인간>에 이르기까지 그는 부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군림하며 많은 이들의 의식을 흔들었던 것이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한 까뮈는 사실 알제리 출신인 지중해의 이방인이었다. 그의 작품 세계가 주는 낯선 느낌이 작가 자신의 삶이 투영된 낯섦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이번 전기가 가져다 준 커다란 선물인 셈이다.

그의 출생부터 작가로서의 이력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살펴본 후에도 어떤 독자들에게 그는 여전히 <이방인>의 첫 문장만큼이나 낯설고 생소한 존재일 것이다. 는 파리 지식인의 가장 심장부에서, 가장 치열한 시대를, 좌파지식 인들 사이에 뒹굴며 살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낯선 타자이고 이해하기 힘든 껄끄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작품이 많은 이들의 입에 회자되고, 그의 열렬한 찬미자들 못지않게 그들의 ‘추방자’ 또한 오랜 세월 그를 향한 애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까뮈의 신비스러운 영향력을 드러내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너무 젊은 나이에 노벨상을 거머쥐어 많은 이들의 질시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았던 터라 그 자신은 노벨상 수상 후 이전 작품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추측한다. 그가 만일 자동차 사고로 죽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어떤 작품으로 생소함을 더해 줬을까?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아는 늘 깨어있는 의식으로 끝없이 운명의 돌을 산 정상에 올려야 하기에 더 고통스러웠던 저주받은 신 시시포스는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고통스러워했던 까뮈 자신의 자화상은 아니었을까?

가장 정평 있는 까뮈 전기 작가가 된 ‘허버트 로트먼’은 끈질긴 집념과 추적 끝에 까뮈 자신이나 가족들이 알지 못하던 까뮈의 선조들, 까뮈가 프랑스 공산당에서 제외된 이유까지 알아낸다.

그의 전기엔 시시콜콜해 보이는 사소한 것까지 빠트림 없이 기록되어 있다. 어찌 보면 지루하기 그지없는 방식이지만 까뮈에게 매력을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까뮈를 바로 곁에서 관찰한다는 기분으로 그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수려한 외모와 영특함, 앙드레 말로, 장 그르니에, 싸르트르와의 관계 등 한 시대를 주도해 간 다양한 사람들과의 너무 많은 사건들과 베일에 둘러싸여 독자에게서 너무 멀었던 작가 까뮈, 그래서 시시콜콜한 일상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전기를 통해 조금 까탈스럽고 병약하고 실업의 고통으로 괴로움을 겪기도 했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 인간 까뮈를 만나는 일이 오히려 반갑고 기쁜지도 모른다.

늘 이방인으로 타자가 되어 맴돌던 한 인간 까뮈가 비로소 타자가 아닌, 친근한 작가로 내 안에 깃드는 순간이기에.  



까뮈, 지상의 인간/ 허버트 로트먼 지음.한기찬 옮김/한길사/2만 5000원


  2007-04-17 09:3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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