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영어 능숙해도 우린 이방인

by 이명옥 posted Apr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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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영어 능숙해도 우린 이방인
[서평]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
    이명옥(mmsarah) 기자    

한국의 토플( TOEFL: 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 성적이 2006년 77위에서 111위로 추락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특히 말하기는 전체 평균보다 낮아서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 이탈리아, 카타르 3개 나라 뿐이라고 한다.

영어 조기 교육, 영어 마을, 잉글리쉬 존(English zone:영어만 사용해야 하는 지역), 조기유학으로 요란을 떤 결과치고 조금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의 나라 말에 대한 평가 실력이 좀 떨어졌다고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지나친 오버가 아닐까 .

토플성적이 낮아진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하는데 한 가지는 한국인이 강한 구문과 문법이 빠지고 취약한 말하기가 들어갔다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초등학생이 많이 응시를 했기 때문이란다.

학자들은 한국어가 공식적인 자리나 학술용어로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한다. 사실 한국은 젖먹이부터 머리가 허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대기업에서 업무 시간 전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영어 회화를 비롯한 영어 강좌를 펼치고, 많은 직장인들이 새벽잠을 줄여가며 영어 강좌를 들을까. 집집마다 귀가 틘다는 수십만 원짜리 테이프나 시디를 한 두질 장만하지 않은 이들이 어디 있을까?

영어는 어느덧 모국어인 한국말을 제치고 일상을 지배하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언어는 절대로 목적이 될 수 없는 것인데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 영어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 주객과 본말이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언어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측면으로 본다면 대단히 심각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영어 열풍, 식민지적 사고 때문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는 갈수록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영어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근본적이고 공개적인 관점에서 논의해 보려는 의도로 기획된 책이다.

이 책은 주제별로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영어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되어왔고 또 이해되어야 하는가를 다루었다. 제2부에서는 영어교육과 그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제3부에서는 세계화와 더불어 영어의 지배가 강화된 현실에서 한국과 같은 소수언어권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모색하고 있다.

지배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영어가 주는 스트레스는 수동적 회피와 복종, 지배와 정복이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언어를 어느 정도 정복했다 해도 사회 문화적 이질성이 가져다주는 정체성의 혼란과 위기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영어라는 지배언어가 지닌 우월감에 정신적으로 엮이는 비극이 생긴다.

그렇다면 이미 세계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린 제국주의적 언어인 영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언어라는 도구가 필요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는 이단아를 만들어서는 그 언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방학이 되기도 전에 미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까지 언어 연수라는 명목의 단기 연수 코스는 언제나 치열한 경쟁속에 마감이 된다. 단 한 번도 연수를 다녀 온 적이 없다는 영어과 학생이 휴학을 하고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6개월 언어 코스라도 다녀와야겠다고 고백하던 기억, 초등생이 영어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증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는 듣는 이를 씁쓸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정신적으로 이미 사대를 넘어 식민지적 사고에 이미 깊이 젖어버린 것 같다.

대부분 영어를 정복해야한다는 생각만 할 뿐 언어가 지닌 정치성이나 우월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쯤에서 우리는 프란츠 파농을 기억해야만 한다. 프랑스어를 프랑스 사람처럼 쓰고 말할 수 있었지만 결코 프랑스인이 될 수 없었던 파농,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그 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어학 실력을 지니고 있어도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일 뿐이다.

식민지를 개척한 제국주의 국가들이 왜 그리 고유한 언어를 말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는지, 일본이 국어를 말살하려고 했을 때 의식 있는 사람들이 왜 목숨을 걸고 저항을 했는지 우리는 한번쯤 되새겨 봐야 한다.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조건 보따리 싸들고 떠난 이들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자신의 사랑하는 분신들을 자기 땅에서도 그들이 정착한 땅에서도 유리된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이민 1.5세대의 비극을 스스로 불러들인 것은 아닐까?  



영어, 내마음의 식민주의/윤지관 책임편집/당대/1만 5000원


  2007-04-23 11:5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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