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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6 14:17

[re]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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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대 초반에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의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소설을 꽤 진지하게 읽은적이 있었습니다. 그후 약간은 다른 분위기의 같은 인물에 대한 소설, 시바다 렌자부로의 『방랑자 미야모토 무사시』와  또다른 소설『네무리 교오시로』를 연달아 읽었었는데, 당시에는 특히 『네무리 교오시로』라는 소설의 사무라이 주인공이 풍기는 독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에 꽤 많이 매료가 되곤 했었지요.

강태공 님께서 제가 표현한 '진검승부'가 무엇을 지칭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신 참에 곰곰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의도한 미야모토 무사시流의 '아무 꼼수도 부릴수 없는 같은 조건에서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하는 분위기'에 대한 느낌이 전달되지 않았을리는 없을것이라는 전제하에,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고민 하다가 인터넷에서 아래의 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단어 속에는 제가 모르던 많은 개념들이 감추어져 있었고, 그런 단어나 문장을 쉽게 사용하게 되는데 대해 과거의 내 독서를 통한 일정한 학습의 경험들이 얼추 함께 작용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약간의 겉멋과 심각한 분위기에 젖어 매우 잘못된 언어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 되었건 명확하지 않은 언어 사용이 습관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될것 같군요.

제가 '진검승부'라는 얼치기 무협단어를 써서 전달 하려던 느낌은 '정정당당한 승부'입니다.

의도하신 질문에 대한 답이 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좋은 지적 매우 감사합니다.^^

시간 나실때 아래글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동영-

=======================================================================

언제부터인가 신문 잡지 방송에서, 심심찮게 ‘진검승부’라는,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왜색어가 판을 치고 있다. (平和線이 시퍼렇게살아있던 시절도 아닌데, 말이 거칠다고 움찔할 사람은 좀 참아주기 바란다.)

죽기 살기로 결판을 내야 할 막다른 고비, 이를테면 크게는 월드컵 16강이 걸린 예선 마지막 게임 같은 것에서, 작게는 흔해 빠진 웬만한 맞수 대결에 이르기까지, 단골로 써먹는 말이 바로 이 ‘진검승부(眞劍勝負)’이다.

차라리 원어대로 ‘신깬쇼부’로 표기했다면 또 모를까. 도저히 국어일 수 없는 일본 토속어를 참신한 용어인 양, 버젓이 남용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심지어 홈런 경쟁을 다루면서, 이제부터 진검승부’ 따위로, 엄살이랄까 호들갑을 떤다.  

어떠한 일본말이든,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면, 모조리 우리 국어로 위장해서 써먹어도 될 일일까. 일본서는 쾌청한 날씨를 ‘日本晴(니혼바래)’라고 한다.

“독도 상공은 日本晴(청)이다”거나, 6?25 전사자를 ‘神風(신풍=가미가제)’ 정신으로 어쩌고저쩌고, 일본어를 우리말로 믿고 기사에 쓸 사람은 없다. 신깬쇼부라면 모를까, 眞劍勝負도 일본청 따위와 마찬가지.

주일특파원 노릇쯤 하던 누군가가 한국서는 못 보던 낯선 일본말 -더군다나 한자로 된 것이 그럴싸한 것 같아, 이삭줍기로 묻혀 와 슬쩍 시작했고, 그러자 그 또래 ‘일어 얼간이’들이 멋모르고 덩달아 퍼뜨렸나보다.

아닌게아니라, 글자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이판새판의 극한 상황을, 眞劍勝負만큼 피비린내 물씬 나게 드러낸 말도 따로 없으리라.

애초에는 체육기사에 심심찮게 보이더니, 요즘에 와서는 라디오나 TV 방송에서도 곧잘 나온다.

일본의 ‘신깬쇼부’를 한국어로 진검승부라  읽은 것이고, 그 의미는 眞劍勝負로 환원해서 이해할 청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러다가는 아주 ‘박힌 돌’이 될 것 같다. 여차하면 진검승부를 써재끼는 기자치고 한자로 정확히 적어낼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옛적 일본서는, 검술를 겨루면서 포인트만 가지고 우열을 가리는 미지근한 경기(시합)를 하자니, 도저히 성이 차지 않는 극소수의 변태성 검객(칼잡이)들이 있었다. 병적인 적개심을 충족하려고, 시나이(竹刀)를 내던지고 흉기(日本刀)를 잡고, 사생결단하는 살생 목적의 결투(칼부림)으로 암암리에 전승해 오던 것이 ‘진검승부’이다.

어떤 명목으로도 私鬪(사투)=殺人(살인)에 지나지 않는 진검승부는 공식 시합으로 공인받지 못했다. 武士(무사) 신분을 잃은 낭인배나 조직 폭력단=야쿠샤 두목간에 ‘신깬쇼부’라는 미명하에 약육강식을 되풀이했으니, 지배계급인 사무라이 사회서는 있을 수 없는 범죄요, 그야말로 할복 감일 뿐이었다.

자기의 칼솜씨를 능가할 지도 모를 맞수를 죽여, 후환을 없애기 위한 생목숨을 내던진 칼부림이니, 그 절체절명의 잔학함과 심각성이야 오죽했으랴.

무사 출신이지만 다시는 仕官(사관)할 수 없게 폐출된 낭인이, 사설 경호원(用心棒 요진보) 감으로 벌 수 있는 주가를 올리려는 동기가 더 절실했다.

일어 겉똑똑이 주일 특파원들이 ‘신깬쇼부’의 정체ㅡ소름 끼치는 단말마의 기학성(嗜虐性)을 미처 몰랐거나, 獵奇的(엽기적) 자기 암시에 걸려, ‘오미야게’ㅡ귀사 기념 선물 삼아 써먹어본 것이리라.

아무튼, 진검승부를 우리말로 옮기면 영락없는 ‘칼부림’이다. 전투에서 흔한 백병전과도 본질에서 판이하다.

이것은 중국 무협지에 나오는 무용담의 아류도, 서부 영화 속의 결투와도 다르다. 정상적 공개 경기가 아니다. 불한당들이나 폭력 도배들이 살육 목적의 칼부림일 따름이다.

따라서 일본서도 일찍이 ‘신깬쇼부’를 결코 시합 (경기)로 공인한 적이 없는 死鬪요 私鬪라, 범죄행위로 다스려 왔던 것이다.

진검승부가 단지 일본말이기에 쓰지 말자는 게 아니다. 진검이란 어휘는 사전에도 없다. 한국 사회에는 자고로 칼이든 刀든 劍이라 부르든, 으레 금속제이다.

따라서 眞이나 鐵자를 짐짓 덧붙여서, 살상용 흉기임을 강조할 필요가 전연 없었다.

‘신깬쇼부’! 이 말만큼 일본의 정신적 풍토병을 여실히 간증하는 말이 따로 없다. 그 속성이, 우리에게는 치명적 독소일 수밖에 없었음을, 과거사가 말하고 있다.

예로부터 그들에게는, ‘원수 갚기(죽이기 仇討 아다우찌)’라는 대의명분(다데마에)로 포장한, 앙갚음의 윤리의식이 유별났다.

되로 받으면 말로 갚지 않고는 못 배기는 괴팍한 성벽에, 작위적 충효사상을 접목시켜,

독특한 ‘일본인 기질’로 굳혀 놓았던 것이다.

마닥뜨린 원수끼리 벌리는 목숨사냥인 私鬪가 바로 진검승부의 원형이다. 다음으로 흔한 것이, 사회의 상규를 벗어난 짓이지만, 검객으로서 주가를 올리기 위해. 유명한 동류를 진검승부를 통해, 죽여 없애는 살인행각이다. 낭인 무술가 미야모또 무사시가 여기에 속한다. (대중소설의 속성상 주인공을 미화하느라, 비인간적 진실은 애써 감춘다.)

마지막으로, 가장 하급에 속하는 칼부림이, 야쿠샤 간에 시방도 벌어지고 있는, ‘나와바리’ 텃세 싸움이다.

이런 엽기적 진검승부가, 일본인의 심층심리에 도사린 기학성 복수의식을 자극함으로써, 오늘날도 은근히 부러움을 사고 있음도 사실이다.(극우화 추세가 그것.)

경기가 아니니, 진행자(심판)도 합의된 룰이나 약속 따위가 필요 없다. 숨어서 뒤통수를 치든, 야습을 하든, 수단 방법을 가릴 것 없다. 사술이든 파렴치하든, 이겨 살아남는 자가 바로 승자다. 이 지경에 이르면, 무예가다운 명예는 간데없고, 사악한 공명심만 불타오른다.

따라서 습속규범이 전연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여하한 구실을 붙일지라도, 진검승부는 반사회적 한갓 ‘칼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16강 문턱에서 포르트갈과 칼부림을 앞둔 한국팀’-이러고도, 진검승부에 집찰할 건가?

가령 일본 언론은, ‘眞劍勝負하러 서울로’가 말이 되지만, 우리는 ‘日本과 칼부림하러 ’는 언어도단이다. 정 쓰고 싶다면, ‘신껜쇼부’로 써라. 그들과 우리는 다른 국어를 갖고 있음을 잊지 말자. 화랑도보다 ‘야마또다마시=大和魂’가 더 핏발이 설 테니, 탐낼 건가.




지금은 자생지 일본서도, 살생으로 승패를 가리는 의미로는, ‘신깬쇼부’라는 말은 없다.

무사정신의 정화라는 ‘주신구라(忠臣藏) 47 義士의 殉節(순절)’ 고사를, 우리는 고작 오래 전 있었던 ‘五大洋(오대양) 사교도 집단 자살 사건’과 같은 부류의, 봉건시대판 일본 잔혹사로 밖에 생각 못한다.

사촌 간의 통혼이 보통인 그들 보고, 우리가 본능적으로 갖는 근친혼ㅡ‘相避(상피)붙다’라는 패륜성에 진저리치는 혐오감을 아무리 자세히 설명한들, ‘과연 옳은 말이요’라고, 일본인한테서 공감을 받아낼까 말이다.

아무튼, 오늘날 이 ‘신깬’이라는 말은, 치명상을 주는 흉기ㅡ쇠칼이라는 명사로서 보다도, ‘신깬니’ ‘신깬나’로 활용해서 현용사 부사로 쓰고 있는 게 실정이다.

예로 들어보면, 신깬나 가오쓰기(顔付ㅡ正色), 신깬니 야래(정신 바짝 차려서 해라) 등으로. 다시 말하면, 혼끼(本氣=진심) 또는 심각하게와 비슷하다. 건성으로 하지 말고, 정신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라 정도의 뜻이다.




재작년 초 우연히, NHK TV의 ‘眞劍=신깬?十代’라는 이름의 고발성 심층 해부 프로 한 토막을 보았다. 십대 젊은이들이 겪는 ‘심각한’ 당면 문제를 시리즈로 다루고 있는데, 내가 본 차례의 그 표제가 놀랍게도, ‘부모는 정녕 (10代 자식들을 위해) 필요한가(존재)’이다.

보호시설서 자란 고아의 경우라든가, 부모 노릇 외면한 문제 많은 가정서 빈곤과 학대로 고생하며 성장한 경험을 토대로, 부모의 직분을 재평가해보는 내용이다.

자녀 양육을 부모에게만 일임하는 정부의 무책임과, 부모답지 못한 양육자일수록 늙은 뒤에는 자식에게 짐만 지우는 업보를 어떻게 단절할 것인가를 신깬니 파헤쳐보는 내용인 듯하다. 한국과 일본의 사회상과 윤리 감각 ? 은 이만큼 다르다. 정신 풍토가 같지 않다.




이만하면 진검승부가 얼마나 가당찮은 왜색어인 줄 알았으리라 믿는다.

‘죽기 살기로’ ‘막판 고비’ ‘이판세판’ ‘배수진’ 등등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이면 칼부림인가. 생소한대로 알쏭달쏭한 한자 일어라면  감지득지 마구잡이로 탐내지 말자.

그 보기의 하나. 大物(오오모노)라는 말도 체육 기사에는 자주 등장한다. 주로 신인 가운데서 싹수가 있어 보이는 재목을 이르는 말인 듯하다. 大器 巨物이라는 친숙한 말 대신, ‘일본에서 쓰고 있으니 우리도 대물을 써먹어야지’라면, 정녕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전에 있으니, 일제어가 아니라’ 잡아떼지 말자. 死語나 진배없으니 삼가는 게 좋겠다.  

이러다가는, ‘한국의 w杯 4위는 本物(혼모노)인가?’라는, 일본 일부 언론의 비아냥거림에 발끈해서, 대뜸 ‘우리 4강은 本物이고 너희 16강은 僞物(니세모노)이다.’라고, 대들지 모르겠다.

일제 잔재를 답습하여, LA 警視廳이니 美 國務省으로 적다가, 뒤늦게나마 경찰청, 국무部로 反正(?)한 지도 30 여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아직도 그 그늘을 못 벗어났으니, 한숨이 절로 난다.


방송국에는 신문사 교정부 같은 부서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어를 우리말로 알고 지껄이는 사계의 권위자가 많다.

無酌定(무작정)을 ‘무땟뽀’(無鐵砲무철포)로, 對備(대비)를 ‘단도리’(段取)로, 왔다 갔다를 ‘왓따리 갓따리’로, 윤이 나서 뻔질거리다를 ‘삐까 뻔쩍’, 육아법 강사조차 아이를 나무라느라 ‘땡깡 부리지 말라’고 소리치면서도, 정작 ‘Ji랄병하지 말라’인 줄은 모르니.    


현역들 앞에서 요령부득한 소리를 채신없이 마구 늘어놓고 나니, 몹시 머쓱해지는 퇴물이지만, 충정을 살펴주기를 바란다.

80년대 초까지도 신문 외신면에는,

「존ㆍFㆍ케네디」美國 大統領은, 『蘇聯이  「미사일」을 「쿠바」에 搬入하려면 三次大戰을 覺悟하라고』고 演說했다。

이처럼 적었으나, 『』「」· 。따위 부호를 말끔히 없애는 일을 필자가 앞장서 시작하자, 달포 안에 모든 신문이 따랐을 만큼 우리 세대도 나름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부기하는 바이다.

全洙祥 부천시신곡1동368-22성도빌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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