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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눈물을 보다
다큐멘터리 <우리학교> 김명준 감독
    이명옥(mmsarah) 기자    



3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만든 <우리학교>라는 다큐멘터리에 대해 영화평론가와 관객들은 "너무 아름답게 미화해 표현하느라 숨기는 것이 있지는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김명준 감독은 "사실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었다. 이유는 그동안 너무 나쁜 인식이 심겨진 상황에서 언젠가는 당연히 만나야하고, 알아야 하고, 보듬어야 하는 대상이라면 이제는 좋은 면만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그는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좋겠다"라는 바람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이 북쪽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빨래가 된다고 했듯이 그는 그 아이들을 보고 만나면서 마음이 빨래가 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바람은 그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은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기존 방송사에서 만들어진 좋은 다큐멘터리도 있지만,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진실을 알려야 하고 갈등도 보여주고 눈물도 보여줘야 한다는 측면 때문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온전히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학교>가 좋은 감정을 가지고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뜻을 밝혔다.

<우리학교>는 그가 충무로 영화 촬영 감독으로 있을 때 그의 아내인 조은령 감독이 기획했던 작품이다. 조 감독은 2000년 조총련 중앙으로부터 어떤 학교를 촬영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2002년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김 감독은 촬영감독으로 그녀와 합류했다. 촬영감독과 감독으로 만나 사랑을 싹틔워 결혼을 했지만 조 감독은 6개월 만에 불의의 사고로 김 감독의 곁을 떠났다. 그 후 김 감독은 자신이 기획한 것이 아닌 작품을 마무리해야 할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는 일어도 능숙치 못했고 수줍음도 많이 타 그가 아내와 마지막으로 갔던 홋카이도 학교에서 촬영을 마치기로 한다. 1년 6개월 동안 '우리학교'의 모습을 담아냈고 1년 6개월이라는 긴 편집기간을 거쳐 지난 3월29일,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그가 촬영한 '우리학교'의 총 재학생은 133명이고 그와 학생들은 최소한 13만 3천명의 한국인들이 이 영화를 봐줬으면 한다고.

그가 영화를 만들고 난 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모든 외국인들 보는 눈길이 달라진 것이다. 그는 한국 땅에 와 있는 외국인들을 보고 있으면 재일동포가 많이 생각난다고. 1세대인 어느 아내가 돈 벌러 간 후 소식이 없는 남편을 찾아 무작정 일본으로 갔을 때의 막막함이 가슴으로 와 닿았기에 이방인으로 이 땅에 와서 사는 외국인에게 함부로 못하겠다며, 이제 민족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우리 한국 안에서의 교육이 잘되고 있는가 한국안의 소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통일이 되면 그 아이들을 당당하게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감독의 눈가가 말갛게 젖어 들었다.

김명준 감독이 촬영한 홋카이도 조선학교는 북한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조총련계 학교며 교과서도 북한의 이념을 많이 반영한다. 현재 조선학교 수는 80여개 정도이며 학생 수는 1만여 명이지만 각종학교로 분로되어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공식적으로는 대학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요즘은 사립대학의 자율적인 방침에 의해 입학 자격을 주기도 한다. 조선학교는 어려움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민족교육을 하고 있으며 길게는 12년간 같은 학교에서 공동체적 삶을 배운다. 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는 그들을 제대로 알고, 알리려는 관심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재외동포 3, 4세대에게 조국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정체성


지난해 '조선 학교'를 나온 후 한국에 유학중인 조총련계 재일동포 학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재외 외국인 등록 번호인 5로 시작되는 재외 외국인 체류증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조국인 한국 내에서의 여러 가지 차별로 정체성에 몹시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인터뷰는 사정상 기사화되지 못했다.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를 보면서 그 때 지녔던 많은 의문점들이 풀어졌다. 현재 일본에서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재외동포는 약 60만이며 그중 8할은 한국 국적을, 나머지는 조선(북한)의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 국적이 아닌, 조선의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정체성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들이 비록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더라도 그들이 한국내에서 한국인으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들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의 땅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 동포들, 그 자이니치란 말에는 여러 복합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일제 식민지 하에 강제 노역 등으로 끌려간 이들 중 1950년대까지 남아있던 사람은 50만 명 정도. 그들은 탄광과 같은 위험한 곳이나 건설, 토목, 제조업체서 단순노무직으로 종사했으며 전시 중에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고 일하기도 했다.

그들은 현재 외국인으로 등록되어 있어 일본 내에서 온갖 사회적 차별과 멸시를 받고 심지어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 2세나 3세대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를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며 많은 이들이 일본의 빈곤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제일동포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제 3의 아이덴티티라고 존재감을 표현하는 제 3세대들도 나타나고 있다.

재일조선학교의 국적문제는 남북 분단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현재 재일 동포 중 8할 정도가 한국국적 나머지가 북한국적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은 북한 국적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재일동포에게 국적 문제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 인간적인 유대에 의지한 것이지 결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그들의 조국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남한이나 북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조국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현재 일본에 귀화해 살고 있는 재외동포까지 합친다면 일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10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많은 차별을 감내하면서 한국이나 조선의 국적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도 가족내에서 국적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서로 다른 국적을 지니고 살기도 한다. 20년을 고민하다 최근 일본으로 귀화한 한 재외동포를 만났다는 김 감독의 "그들이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것은 차별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한국도 북한도 조국이라는 소속감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오래도록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북한으로 수학 여향을 간 학생이 "우리 조선 해는 빨갛다. 정말 다르다"라 외치는 장면과, 왜 그들이 '고향은 남쪽, 조국은 북쪽'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2007-04-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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