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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마지막 제15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지난 7개월간 전철이든, 화장실이든, 쉬는 시간이든 짬이 나는 시간이면 항상 손에 펼쳐 들던 대작의 마지막 장을 덮는 감회가 참으로 깊습니다.  스케일 면에서나, 깊이 면에서나, 역사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통찰력 면에서나, 또는 재미 면에서나 그 어느 것에도 뒤지지 않을 작품이라는 생각에 시오노 나나미라는 노령의 작가에게 새삼 경탄하게 됩니다.

이 책은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 후 6세기까지의 로마 시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란 원래 그렇듯이, 단지 지배 계급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이고, 의식이고, 철학이고, 예술이고, 가치관이고, 그들이 건설한 법과 제도이고, 문명이고, 살아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의 기록이고 해석입니다.  또한,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지형이고, 기후이고, 온갖 지리적 자연 환경의 총합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고대부터 중세라고 말해지는 시기까지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북유럽, 이베리아반도, 이탈리아, 발칸반도, 소아시아, 중동(메소포타미아), 북아프리카를 망라하는 지역의 역사 서술입니다.

그리스와 로마를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중세 사회를 이해할 수 있었고, 이후 르네상스와 오늘날 보편 문화로 일컬어지는 시민 사회의 사회․문화적 원류를 이해하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구 문화의 원류를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고 하는데, 그 한 축인 헬레니즘이 바로 그리스 로마의 역사이고 문화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역사 이해 방식에 의문도 끊임이 없었고, 지금도 풀리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역사 서술이 결국은 강자의 논리를 정당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팍스 로마’라고 하는 국제 질서가 결국은 힘의 논리가 아닌가?  그것은 지금의 ‘팍스 아메리카’를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가?  나아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대동아 공영권 논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끝까지 거두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짜투리 시간 독서라도 긴장된 독서 자세를 유지하게 한 이유였습니다.  아직까지 그에 대한 해석은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개의 도시 국가로 출발한 로마가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고,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대답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그것을 한 마디로 ‘자유와 관용, 그리고 다신교’였다고 말하였습니다.  자신뿐 아니라 타자를 존중하는 태도, 패자까지 인정하고 동화시키는 태도가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라는 거대 제국 문명을 가능하게 하였다는 일관된 시각으로 로마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로마는 정복당한 민족의 신(神)까지 모두 자신들의 신으로 받아들여 로마의 신은 30만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배타성과 양육강식, 승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반추하게끔 하는 대복입니다.

또한,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성과라면 역사를 해석․평가하고 이해하는 가장 본질적인 기준은 추상적인 정체(政體)나 이념이 아니라 인간들의 구체적인 삶(치안 유지를 통한 안전, 식량 등)이라는 당연한 사실의 재발견입니다.  흔히 로마의 정체(政體)를 왕정→공화정(귀족정)→제정(원수정→군주정)의 과정으로 일반화합니다.  종례의 저의 일반적인 사고로 본다면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행한 후에는 민주정으로 이행하는 것이 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이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공화정 이후 제정(원수정)으로의 이행은 역사의 퇴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러한 생각이 발붙일 틈을 주지 않습니다.  공화정이냐 제정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치안과, 사회 간접 자본의 확충과, 교육이나 의료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의 확충과, 식량 확보와, 평화의 상태가 얼마나 확보되느냐가 역사를 평가하고 해석하는 가장 본질적인 재료임을 너무나 명쾌하고 장대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람이나 현실보다 추상적인 원리, 원칙 또는 이념을 들먹일 때가 많은 우리네 삶의 방식을 반성케 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민중들의 삶은 외면한체 경쟁력, 효율성, 자유, 소비 총량의 증대 등 추상적 척도만을 앞세우며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 프로젝트 또한 반성의 대상입니다.

천년이 넘는 역사의 감동과 감상을 몇 줄의 글로 표현하고자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주제넘게 여겨집니다.  그러나 장편 대작을 읽고 난 여운을 어떻게든 짧게라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저는 제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로마인 이야기]를 꼭 읽어보라고 권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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