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고운 길 / 문태준

by 배진섭 posted May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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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꽃 고운 길


                                                        문태준


  봄이 되면 자꾸 세상이 술렁거려 냄새도 넌출처럼 번져가는 것이었다

  똥장군을 진 아버지가 건너가던 배꽃 고운 길이 자꾸 보이는 것이었다

  땅에 묻힌 커다란 항아리에다 식구들은 봄나무의 꽃봉오리처럼 몸을 열어 똥을 쏟아낸 것인데

  아버지는 봄볕이 붐비는 오후 무렵 예의 그 기다란 냄새의 넌출을 끌고 봄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곤 하얀 배밭 언덕 호박자리에 그 냄새를 부어 호박넌출을 키우는 것이었다

  봄이 되면 세상이 술렁거려 나는 아직도 봄은 배꽃 고운 들길을 가던 기다란 냄새의 넌출 같기만 한 것이었다





*  문태준의 풍경은 어린 시절 내가 자란 고향마을의  풍경이다
   빠진 이를 던져올리던 지붕이 있고, 가을이면 황토를 발라  발갛게 빛이 나던
   당숙네 타작마당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빠진 젖니를 던져올릴 지붕이 없다

   까치에게 헌 이와 새 이를 바꾸자고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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