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글이 아니고요, 소설가 박범신님의 작품의 한 부분입니다.
깊고 어두운 시대를 방황하며 사는 주인공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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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야,
고독한 건 가장 높은 것이고 깨끗한 건 가장 낮은 것이다.
보아라, 고독한 별은 저리도 높고 깨끗한 물은 바이칼 심해,저리도 낮지 않으냐. 사멸의 예감이 다가오면 별들까지 이윽고 초신성으로 타오르며 절대광도가 젊은 별들의 수만 배에 이르는 것조차, 바이칼보다 높고 바이칼보다 낮으면, 모두 헛깨비 관념.
이제 아빠는 불멸을 감히 탐하진 않거니와, 그래도 네가 불타는 아비의 거리에서 꿈꾸듯이, 나 또한 세상속으로 돌아가 보다 높고 보다 낮은, 보다 고독하고 보다 깨끗한 나의 사랑을 꿈꾼다.
꿈에서일망정 바이칼 물 밑 1,620미터, 그 단단하고 부드러운 고요속에 아미 내리깔고 농염하게 누워있는 내 신부를 보고 싶구나.
사멸의 예감은 어느덧 익숙하여 마치 친구 같다. 내일은 니키타 파르진스키를 졸라 올혼섬의 북단까지 가볼 예정이다. 전인미답의 땅이 부르는 소리 들린다.
그 땅은 하마 별과 맞닿아 있을까, 해저와 맞닿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