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이건 아닌거 같다 (아이 소감글)

by 레인메이커 posted May 20, 20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저번주 토요휴업일날 친구들, 동생들, 엄마들과 서대문형무소를 다녀왔다. 버스 안에선 예상보다 시끌벅적했다. 아마 다들 들떠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버스가 선 후 우린 내려서 서대문 형무소로 향했다. 처음엔 서대문형무소 전시관에 들어 가기 전에 교동초 선생님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그곳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뵌 유배지 할아버지도 뵐 수 있었다. 들어가선 고종황제 때 부터 일제강점기 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1908년부터 1987년 까지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서 힘쓴 분들을 다 가두어 두었다. 참 슬픈일인것 같다. 하지만 또, 슬픈일이 있다. 일제강점기때 까지만 가둔지 알았는데, 무려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을 가두고 고문까지 했다고 한다. 다른 전시도 하나하나 꼼꼼히 보았다. 난 독립운동을 한 분들을 거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우익쪽 분들만 알고 있었고 좌익족 분은 몰랐다. 자기 생각이 다르다고 알리지도 않는건 차별과 같은 것이다. 모두 수고했는데도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건 아닌거 같다.

2층 전시실을 다 둘러보고 우린 지하에 있는 지하실에 가기로 했다. 들어 갈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는데, 가니까 더 이상했다. 일제강점기 때 받았던 고문을 인형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피도 보였고, 괴로움의 소리도 들렸다. 여자, 남자 무차별없이 다 심한 고문을 받았다. 진짜 일본에 대해서 분노가 끓었다. 또,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 안타까워 보였다. 왜 남에 나라에 와서 죄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죽이고 때렸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고조할아버지께서도 독립운동에 힘쓰신 분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고조할아버지께서는 중국 만주 쪽 감옥에서 돌아가셨다. 한참 많은 생각으로 분노에 끓고 있을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 처음엔 난 이해를 하지 못했다. 죄는 사람이 짓는거고, 죄를 짓는 사람이 잘못한것이다. 그런데 왜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게 이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일본 사람들을 미워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점을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서대문 형무소에 일본 사람들이 왔는데, 그 사람들도 자기 나라의 참혹한 역사를 보기 위해서 올것이다. 서대문 형무소에 온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만큼 일본사람들을 미워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무서운 지하에서 나와 햇빛이 비춰지는 지상으로 올라왔다. 우린 다른 전시실도 가 보았다. 그곳엔 진짜 감옥이 있었다. 감시가 잘 되게 지어져 있었다. 직접 감옥안에 들어가 앉아 보았다. 되게 답답했다. 그런데 이곳엔 5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참 좁고 답답했을 것이다. 감옥을 다 보고 나선 무서운 사형장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서대문 형무소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이름이 적혀져있는 비가 있었다. 그 비엔 안타깝게도 좌익쪽 분들은 없었다. 다시 사형장으로 향했을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긴 얼마나 끔찍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형장쪽으로 갔다. 사형장은 내 생각되로 무서운 곳이었다. 사람을 목매달고 죽이는 그런 곳이었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린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수 있는지 모르겠다.

우린 서대문 형무소를 다 보고 나서 맛있는 자장면을 먹으러 갔다. 선생님께서 한턱 크게 쏘신 자장면 한그릇을 해치우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옛날엔 일본인을 보면 괜히 화가 났는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기회가 있다면 서대문 형무소에 다시 가고 싶다.


-----------------------------------------------------------------------

지난 5월 12일 토요휴업일에 특별히 반 아이들과 학부모를 모시고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체험학습을 하기 전 아래와 같은 생각을 기고했었습니다.

역사 기념 시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글이었는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안내를 맡아 주신 평화길라잡이 선생님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뜻깊게 역사 기념 시설을 볼 것인가를 잘 보여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답니다.

반 아이(초등 6학년)가 올린 글을 보면서 새삼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세상과 마주하는 '창'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제 역할을 되새겨볼 수 있었거든요.. 강요하지 않되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마련하는 것이 제 몫이겠지요..

아이의 글을 읽고 감동하고 나서 아이의 동의를 얻은 후, 글 나눕니다.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바로보기

박물관이나 기념관의 전시에는 나름의 기획 의도가 있다. 하지만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은 대부분 그것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대개 전시 내용이나 안내용 책자를 보면서 그것 자체가 역사적 사실이자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관람자들이 비판적인 시각 없이 전시를 보게 되면 전시자의 시각대로 역사적인 사건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경우는 어떨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일제하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애쓴 독립투사의 노력과 일제의 강제 식민 지배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역사관을 다녀오고 나서의 반응은 천편일률적이다. 전시 관람 및 체험 과정에서 일제의 잔혹한 고문 장면 등이 각인되면서 일본에 대한 강렬한 적개심을 갖게 된다. 이는 곧 분노와 증오를 넘어 복수를 기약하게 된다. 일제가 저지른 만행은 분명히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접근은 좀 더 고려해보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과거 일제처럼 힘이 세어진다고 해서 일본을 식민지배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러면 과연 어떻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살펴볼 것인지를 제시한 다음 글을 보자.

‘과거 일본과 현재 일본을 동일시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해서 우리와 일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억압 받은 우리 민족의 문제에서 나아가 사람다운 삶을 위해 왜 평화가 필요한지 그 이유를 살펴보면서 과거 기억을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 류현종, 「역사적 장소 학습과 과거 기억의 문제」217쪽 , 『역사교육연구』 제 2호 (2005. 12월)

위와 같은 형태로 박물관이나 기념관 전시를 볼 때에는 좀 더 전시물과 안내 자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일제 치하 독립 운동까지의 역사만을 다루고 있다. 광복 후에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민주화 인사들이 숱하게 옥고를 치룬 역사적 장소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관점에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아이들과 살펴보면 좋겠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