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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5.25 10:23

휴식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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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무수한 일들을 겪지만 정말 겪지 않아야 될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으로 인해서 자기의 자식이 다치는 경우다.
항상 나는, 나의 아이들은 나의 분수에 과분하게 얻었다고 느끼며
살고 있다.
특히 나의 아들은 어린아이답지 않게 못난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틋하고 깊은지, 불안할 정도이다.
늦게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시작한 어미가, 혹 피곤할까봐 별별 신경을
다 쓰고 자신이 힘들어도 결코 어미에게 신경을 쓰지 않게 만드는 아이다.
내가 학교를 다닌 후부터 어미가 운전을 하여 태워다 주는 것이 힘들까봐 그 먼 길을
자신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통학을 한다.
학원이 끝난 늦은 밤에도 이 산속을 홀로 끙끙대며 자전거를 몰고 오는 아이다.
위험하다고 걱정이 되어 못 타게 하면 내가 깨기 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스스로
차려먹고 도망치듯 학교로 가 버리는 아이다.
돈을 주어도 아낀다고 사 먹지도 않고, 새 옷을 사 주어도, 헌 옷 다 입고 입는다고, 입지 않는, 그 점에 있어서는 자신의 누나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다른 아이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에게 과분한 자식이지, 하며 항상 조마조마했다.

몇 칠 전, 나는 수업이 끝난 후, 교수님과 소설 창작 모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생각보다 귀가가 조금 늦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속력을 내고 있었다.
집에 가서 2편의 영화를 보고 다음 날 리포트까지 써서 제출해야 하므로 마음이 바빴다.

언제나 그렇듯 항상 달리던 오르막 외길로 들어서는데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내려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내리막길을 고개를 숙인 채 앞도 보지 않고 속력을 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받겠구나! 사고다!' 싶어 순간 아찔했다.
그런데 자전거에 탄 사람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낮 익은 교복이다, 싶었다.
바로 나의 아들이었다.
“악!!”
“재홍아!!”
“제발 고개 들어!!”
“제발 고개 들고 앞을 봐!!”
"안돼!! 이럴 순 없어!!"
브레이크를 밟아도 이미 늦었다.
그때서야 내 자동차을 보고 놀란 재홍이의 눈과 내 눈이 자동차 앞 유리문을 통해
서로 마주쳤다.
그리고 마지막이었다.
그 것은 찰나였다.
그리고 영원이었다.

재홍이의 자전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재홍이의 몸이 내 자동차 앞으로 튕겨 올라왔다.
‘이렇게 죽는구나. 결국 내 아들이 이렇게 죽는구나. 내가 죽이는구나. 이러려고 그렇게 항상 조마조마 했구나.’
그 순간은 영원히 계속 될 것 같았다.
재홍이의 자전거는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난 그대로 나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재홍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볼 용기는 없었다.
난 손에 쥐고 있던 손 전화를 무조건 눌러 소리쳤다.
“도와줘! 도와줘!”
“재홍이가 죽었어!”
“내가 죽였어!”
쭈그려 앉은 내 온 몸에서 땀이 뚝뚝 땅으로 떨어졌다.
“엄마! 나 괜찮아!”
“나 안 죽었어!”
갑자기 뒤에서 재홍이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의 몸을 안는다.
‘자동차에 받힌 후 바로 일어나면 죽는다더니 이제는 정말 재홍이는 죽는 거구나.’
나는 부들부들 떨며 악을 썼다.
"재홍이가 죽었어! 죽었어! 내가 죽였어!"
“재홍이가 죽다니! 어떻게 된 거야!”
전화 속의 목소리가 소리치고 있었다.
“아저씨! 저 괜찮아요! 저 안 죽었어요!”
재홍이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내 손에서 전화를 빼앗아 받았다.
“어떻게 된 거니? 재홍아!”
“엄마 차와 제 자전거와 부딪쳤는데 저는 괜찮아요. 엄마가 놀래서 더 심각해요.”
“그래, 아저씨가 지금 금방 갈게. 거기서 엄마 움직이지 않게 꼼짝 못하게 하고 있어.”
“안 돼! 너 지금 병원 가야해! 너 지금 시간이 급해!”
난 부들부들 떨며 일어섰다.
“엄마! 아저씨, 금방 온다고 여기 꼼짝 말고 있으래!”
“금방 못 와! 법원에서 여기까지가 어딘데 금방 와!”
“엄마! 나 봐! 나 봐! 괜찮아! 정신 차려! 엄마 아들 괜찮다고!”
거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그 후에 응급실에서의 CT를 찍고 전체 엑스레이를 찍어도 별 이상이 없다는
결과다.
다만 시간을 두고 세밀하게 지켜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남자는 필요 없다고 큰 소리 탕탕 친 나는 넋이 나가고
나의 딸은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오다 차가 저수지에 빠질 뻔해서 넋이 나가고
엄마가 놀래서 자신이 놀랜 것은 제켜 두었던 재홍이는 그제야 응급실에서 넋이 나가고
우리 식구 모두는 넋이 나갔다.
다만 내가 남자 필요 없다고 한 남자가 모든 것을 처리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때까지 늦게까지 우리 곁을 지켰다.

당분간 남자 필요 없다는 말은 철회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난 이제부터 좀 쉬어야겠다.

사랑은 내가 절실할 때 내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그 단순한 사실은 여지껏 부정하며 사느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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