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일 | 2013-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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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 중소기업뉴스 |
중소기업뉴스 [1942호] 2013.08.28
[CEO의 서재] 신영복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이채윤 작가
동양고전 망라한 ‘인문학 길라잡이’
요즘은 인문학이 대세다.
최근 우리 대통령도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인문학을 꼽을 정도로 인문학이 화두다. 인문학이란 한마디로 인간과 삶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가장 빠르고 쉬운 인문학 공부는 수 천 년의 지혜가 집약된 고전읽기에서 비롯된다.
신영복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刊)>은 출간된 지 10년이나 되었지만 지금도 베스트셀러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고전읽기의 친절한 길라잡이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명으로 진행되었던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불교, 신유학, 대학, 중용, 양명학 등 동양고전을 두루 망라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고뇌하고 사색한, 깊고 융숭한 사유의 세계가 담겨 있다. 한문 지식이 별로 없고, 처음 동양고전을 접하는 사람이라도 페이지를 펼쳐 들어갈수록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던 퍼즐이 하나 둘씩 정열’되는 느낌을 받으며 쉽게 동양고전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걸어놓는 화두는 ‘관계론’이다. ‘관계론’은 1장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11장 불교 사상에까지 이어진다. 관계론은 서양의 ‘존재론’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존재론은 자본주의 사회를 규정하는 개념인데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팔기 위해서’ 진력하고 있는 사회다. 모든 것을 파는 사회이며, 팔리지 않는 것은 가차 없이 폐기되고 오로지 팔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지(無知)한 사회, 무지막지(無知莫知)한 사회다.
반면 동양고전의 세계는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무언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즉 인간관계가 지속되는 세계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관계가 있고 관계없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옛말에 쉰 살까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그가 맺어온 인간관계가 안전망이 되어 노후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는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독방에 갇혀서 삶의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한 저자의 사색이 심금을 울리는 구절이 너무도 많다. “자기의 처지에 눈이 달려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시각과 이해관계에 매몰되기 쉽다”, “사랑은 분별이기 때문에 맹목적이지 않으며, 사랑은 희생이기 때문에 무한할 수도 없다”, “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의 아픔의 대가라면 그 기쁨만을 취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와 같은 철학적 페이소스가 담긴 주옥같은 표현이 즐비하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그 ‘자리’가 그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평소 ‘70%의 자리’를 강조합니다. 어떤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에 앉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정도의 여유…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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