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본 희망과 절망

by 박명아 posted Jun 0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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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자기 고백서인 자전적 소설을 다 읽었다.

63년생인 그를, 아름다운 문체로만 글을 쓴다고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리얼리즘이 떨어지는 글을 쓴다고,
수채화같은 글을 쓴다고,예쁜 글을 쓰는 의식없는 작가라고
난 내심 그를 가볍게 보아왔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글을 읽은 나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까지 정직하게 들어내는 그의 용기와 고백들의
글을 읽으며 진정 그를 가볍게 생각한 가벼운 내가 내내 부끄러웠다.

그를 읽고 난 지금 난 멍하다.

자기와 가장 친하게 지냈고 좋아했던 언니를 자신도 모르는채
결과적으로 언니의 자살을 돕게 되 자신의 손으로 가둬 죽여야 했던
고통스럽고 끔찍한  과거,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여공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손이 넣어져 훔쳐온 부끄러움에 대한 솔직한 고백,
낮엔 여공으로 밤엔 산업체 학생으로 가난하고 피곤했던 유년의 삶,

하지만 그에겐 신앙같은 부모님과 그를 보석처럼 아끼는,
가난하지만 반듯한 오빠들과
그에게 문학이란 길을 제시한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축복 받은 사람이었다.

문학은 그를 견디게 만들었고, 고통스럽던 과거를,  불편했던 가난을,  
고단했던 청춘을, 젊은 날의 슬픔과 한을 치유하고 그를 버티게 해 온
치유사의 역활을 하고 있다.
문학이 그를 구원했다.

나에게 문학은?
과연 나를 구원 할 수 있을 것인가.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플 수 밖에 없는 이유와 증상을 정확히 알고
그것이 비록 부끄러운 것이라도 자신을 고쳐 줄 의사에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털어 놓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고칠수 있다.

자신이 왜 아픈지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
적극적인 치유의 의지를 가진 사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털어놓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치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문학은 솔직함과 정직함을 원한다.
자신을 솔직하게 들어내고 모든 가식의 옷을 벗고 부끄러움을 넘어서는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문학으로부터 자신을 구원 받을 수 있다.

문학은 절실함이어야한다.
자신의 병을 치유하여 생명을 연장 시켜야 한다는
간절하고 절실한 심정으로 매달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 새벽
나는 희망을 본 것도 같고 절망을 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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