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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사람을 사귀자고 전화를 건 것이 올 1월 25일이라고 하니까(난 기억을 못하는데 이 사람이 기억하고 있었음)대충 5개월이 된 것 같다.
이 사람을 알게 된 것은 작년 6월이니 벌써 1년 전이다.
평소에 나를 잘 알고 있던 사람이 드닷없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나에게
이 사람을 소개 한 거다.
하지만 그 때에 난, 남자친구를 사귈 마음은 털 끝 만큼도 없었다.
그래서 난 상대방 마음 상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었다.
상대방도 나의 거절을 신사답게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혹 자신이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전화를 하라는 예의 바른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그런데 혼자 지내다보니 온 동네의 홀아비들은 심마니서부터
포크레인 기사까지 난리가 났다. 안 되겠다,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떠오른 사람이 이 사람이었다.

득달같이 전화를 걸었다.
“저 박명아 입니다. 기억하시겠어요?”
“아~네,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하셨지요?"
"네, 맞습니다."
그럼, 절 도와주셔야겠어요.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 우리 사귀지요.
그 것이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다. 어떠세요?”
“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떠듬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야 좋지요.”
“그러셔야지요, 여자가 먼저 사귀자고 하는데 거절하면 신사가 아니지요."
"네, 맞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동의를 얻어야 하니
우선 아이들과 먼저 만나 아이들의 의향을 물어보고 결정하지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조금 후에 그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이렇게 떨리는 마음은 왜일까요?'
난 그 문자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 말은 내가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해서 그 사람과 우리 아이들이 만나고 나의 아이들도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선선히 엄마 친구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처음에 싫다고 하다가 마음을 바꾸어 왜 나중에 사귀자고 전화를 걸었는지,
난 그대로 얘기했다.
“여자가 혼자 사니 온 동네 홀아비들부터 유부남까지 난리가 났어요.
안 되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전화를 걸었어요.”
그는 나의 대답에 그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요즘 나에게 다시 물었다.
“명아씨, 제가 단지 울타리와 바람막이가 아닌 순수하게 저를 좋아해서
전화를 건 마음은 조금도 없었나요?”
그 말에 난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좋아해서 전화를 걸었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전 사람의 감정 즉, 좋아함, 사랑, 그런 감정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시간과 햇빛 아래서 얼마나 쉽게 색이 바라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색이 바라는 사람의 감정, 별로 믿지 않습니다. 전, 아이들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가 저에게 베풀어준 마음을 결코 져버리지 않겠다는 의리로 20여년을 살아왔습니다. 아마 제가 아이들 아빠를 사랑했다면 변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의리와 신념은 변하지 않더군요.
지나고 보니 의리와 신념을 지키는 것 또한 사랑이였습니다. 저의 이런 마음이 그대가 생각하는 사랑에 못 미친다고 느끼신다면 언제든 떠나십시오. 제가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대가 저에게 베풀어 준 마음을 영원히 져버리지 않을 수 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라면 자신이 없지만 인간의 도리와 의리라면 잊지 않고 변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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