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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을 끼워 파는 '책방'
[현장] 인문학 서점 <풀무질 책방> 이사 떡 나누던 날
    이명옥(mmsarah) 기자    





▲ 왼쪽이 22년간 운영하던 이전 풀무질 자리, 오른쪽이 새로 옮긴 보금자리로 전에 있던 곳에서 20m 맞은편 좌측 지하에 위치해 있다.  

ⓒ 이명옥

"사람 하나 지나가기도 비좁게 책이 꽉 차 있지만 거기서 책방 아저씨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거웠어요.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꿋꿋하게 서 있는 풀무질이 좋았는데, 옮겨야 한다니 슬퍼요."

손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다. 작은 책방에 그대로 남고 싶었다. 작지만 살가운 정이 깃든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햇살 한줌, 빗물 한 방울, 눈송이 하나 볼 수 없는 땅 속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책방 한 귀퉁이에 앉아 어느 가을날 눈발 날리듯이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참 슬펐다. 하지만 지금 책방을 옮기지 않으면 문을 닫게 된다. - 은종복씨 인사말 중

1985년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2가 143-8번지 1, 2층(각 4.5평씩 총 9평)에 자리 잡고 22년을 지내온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 '풀무질 책방'이 명륜동 2가 142-1번지 지하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1년에 줄잡아 1천만원 이상 발생하는 적자를 메울 길이 없었고, 빚은 나날이 늘어 5천만원이나 되는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풀무질을 지켜온 은종복씨는 끝내 책방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풀무질 책방', 새로운 날개를 달다



▲ '삼각산 재미난 학교' 어린이들이 축가를 불렀다. 저들의 밝은 미소처럼 풀무질의 앞날도 밝고 환하길.  

ⓒ 최상천



▲ 은종복씨의 어머니가 가슴 아팠던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다.  

ⓒ 최상천

은종복씨는 지난 11일, 오랫동안 풀무질과 친분을 이어 온 이들과 작은 책방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새 일터 풀무질에서 앞날을 축복하는,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자리에는 대학로 '풍물패 신바람', 성균관대 교수, 성균관대 학생들, 서울대 의대 학생, 한국방송대 송찬섭 교수, 삼각산 재미난 학교 어린이들, 출판사 직원 등이 모여 새 보금자리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풀무질을 축하해 주었다.

여기에는 은종복씨 어머니도 자리에 함께했다. 은종복씨 어머니는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 "이 더운데 모두 오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한 뒤 "셋째인 은종복이 하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서 호적에 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할 때마다 '엄마, 자주 그러면 농담이 진담되니 이제 그만 하세요'라고 했다"며 "22년을 한결같이 늘 퍼주기만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퍼주는 게 나쁜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은종복씨가)전화만 하면 '엄마, 나 땅속으로 들어가요'라며 울어서 '그래 미안하다 엄마가 못나서 그러니 미안하다'고 달래면서 많이 울었다"며 "그런데 좋은 주인 만나서 이렇게 수리하고 들어오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풀무질, 세상의 '뿌리' 역할을 할 것"



▲ 축하해 주러 온 지인들이 서점을 둘러 보고 있다.  

ⓒ 최상천



▲ 민중가수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  

ⓒ 최상천

전헌 성균관대 교수는 "뿌리가 싱싱해야 나무가 잘 자라는데, 풀무질이 세상의 뿌리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이제 뿌리가 제자리를 찾아서 땅 밑으로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풀무질이 뿌리 역할을 잘 해주면 그 덕에 세상이 튼튼해지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창작과비평, 책갈피, 문학과지성 등 출판사 직원들은 "풀무질은 따뜻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곳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출판사 책갈피 직원은 "수금을 하러 올 때마다 심경이 복잡했다"며 "돈을 많이 받아가기도 그렇고… 앞으로 많이 팔릴만한 책들을 내서 서로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학과지성 직원은 "풀무질 경영에 도움이 못 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어린이들의 노래 소리에 가슴이 울컥했다"고 고백했다.

학부모인 송이엄마는 "은종복씨 어머니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며 "만일 내게 이런 아들이 있었으면 속깨나 썩어서 10년은 더 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풀벌레(은종복)와 나는 진보와 보수로 서로 대립관계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관계이기도 하다"며 "풀무질이 튼튼하게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끔 서점에 들르는 손님이라는 송찬섭 방송대 교수는 "풀벌레 은종복씨가 워낙 인덕이 많아서 좋은 분들이 많이 오신 것 같다"며 "지하로 내려간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널찍한 곳으로 옮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풀무질이 건재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발길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풀무질, 돈으로 못 사는 마음 끼워 파는 곳"



▲ 지율스님이 직접 만들어 건넨 풀무질 책방(도룡뇽이 사방에 그려져 있다).  

ⓒ 이명옥

이후 풀무질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글을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성대학보사 기자 최훈길씨는 "책방에 들를 때마다 은종복씨가 건네는 글을 읽고 느낌이 좋아 후배에게 전해주려고 했더니, 후배도 은종복씨에게 받은 글을 내놓더라"며 "풀무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마음을 끼워 파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성균관대 앞 인문학 서점인 '풀무질'이 이렇게 다시 힘을 얻고 살아나는 길을 찾았다. 옮긴 지 보름이 된 풀무질은 <한겨레> 등에 기사가 나간 이후 많은 독자들이 책을 사러왔다고 한다.

은종복씨는 "교재가 이전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며 "자신이 파는 책들이 혹여 돈에 눈먼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인 아닌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10군데에 후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곳에 후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풀무질 책방이 풀벌레처럼 꿋꿋하게 살아남아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세상, 온갖 꽃들과 풀벌레들이 춤추는 세상,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먹을 수 있는 세상,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풀벌레 은종복씨의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덧붙여 은종복씨 어머니 얼굴에도 늘 환한 미소가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 풀벌레 은종복씨의 어머니 얼굴에 늘 미소가 자리할 수 있도록 풀무질이 바람을 일으키길.  

ⓒ 이명옥





  2007-06-12 17:5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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