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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소리

2007.06.14 20:20

바보엄마와 바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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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일찍 일어났다.
쉬는 토요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아들, 오늘 학교 가니?”
“응.”
잠이 덜 깬 얼굴로 건성으로 대답한다.
“아들, 오늘 학교 가지 말고 엄마와 놀면 안 되냐?”
“또, 왜?”
“엄마 오늘 기분 꿀꿀해, 같이 놀자.”
“엄마, 학교 빠지면 내신 성적이 안 좋아져.”
“내신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
“내신이 안 좋으면 대학 못 가."
"그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엄마는 분수의 나눗셈을 몰라도 대학 갔어.”
“엄마는 매일 그 소리, 지금은 엄마 때와 달라. 그리고 정말 엄마 분수의 나눗셈을 모르는데도 대학 간 것 사실이야?”
“엄마는 거짓말 안 해. 그리고 분수의 나눗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살면서 분수의 나눗셈 필요하지도 않아. 사는 데는 인간의 도리를 알고 구구단과 더하기, 빼기만 알면 아무 지장 없어.”
그런 나의 말에 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분수의 나눗셈을 모르고 어떻게 대학을 갔어?”
“외우는 것만 열심히 해서 갔지, 만일 엄마가 분수의 나눗셈을 알았다면 하버드대도 갔을 거다.”
엄마라면 무조건 최고인 줄 아는 바보 같은 나의 아들의 눈이 경외심으로 가득하다.
“맞아, 엄마는 정말 그래, 엄마는 정말 머리가 좋아. 분수의 나눗셈만 알았다면 엄마는 대단했을 거야.”
아들과 똑 같이 바보인 엄마는 흐뭇하다.
“맞아, 나를 알아주는 것은 아들 밖에 없다, 모든 것에 문제는 바로 분수의 나눗셈이었어.”
아들이 다시 궁금한 것이 있나보다.
“그런데 엄마는 왜 분수의 나눗셈을 모르게 된 거야?”
“그게 다 너의 마적단 외할아버지 덕분 아니니? 술만 드셨다하면 집안의 살림을 다 부수고, 엄마의 책가방을 아궁이 속으로 집어넣어 책과 가방이 없어 몇 칠 학교를 못가다, 겨우 헌 책을 구해 학교에 가면 엄마가 배울 때는 분명 더하기를 배우고 있었는데 어느새 분수의 나눗셈을 다 배우고 다른 것을 배우고 있는 거야. 그래서 분수의 나눗셈에서는, 아니, 수학과 관련된 모든 과목들에서는 영원히 자유스러워 진거지.”
“그런데 왜 엄마의 가방을 아궁이에 집어넣은 거야?”
도무지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되는 아들이다.
“가방뿐 아니라 온 집안의 살림이 난장판이 되니 가방이고 뭐고 다 없어지는 거지.”
아들은 그런 엄마를 아주 불쌍한 듯 쳐다본다.
“그렇게 불쌍하게 보지 않아 돼. 그래도 전교 일등만 하는 공부 잘 하는 아버지도 엄마에게 꼼짝을 못했잖아. 아저씨도 그렇고, 엄마는 성공한 거야.”
“응, 맞아, 엄마는 분수의 나눗셈은 모르지만 다른 것은 다 똑똑하게 잘 아니까.”
바보 아들과 바보 엄마는 마주보며 히히 웃는다.
행복하다.

띠링~
문자가 왔다.
‘시험 잘 봤어? 젊었을 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일등 했을 턴데.’
남친의 문자다.
‘난 젊었을 때 아무리 열심히 했었어도 결코 일등 못 해. 분수의 나눗셈을 몰라서, 그리고 그 때 난 나름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어. 그러니까 분수의 나눗셈을 몰라도 대학을 갔지, 분수의 나눗셈을 모르고 대학 가기 쉬운 줄 알아? 분수의 나눗셈 모르고 대학 간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그런 나의 문자에 다시 답신이 왔다.
‘응, 그래 타고 난 대로 살아야지. 잘 했어.’
열이 난 나는 바로 문자를 날렸다.
‘타고 나긴 누가 타고 났어! 난 주위 여건과 환경 때문에 분수의 나눗셈을 모른 거야. 타고 나기를 분수의 나눗셈을 모르게 타고 난 것이 아니라! 내가 분수의 나눗셈만 알았다면 서울대도 갔을 거야.’
다시 답신이 왔다.
‘그래, 알았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갔으면 그게 서울대지, 뭐.’
당장 문자를 날렸다.
‘으~ 죽는다! 지금 내 아이큐가 98밖에 안 된다고 무시하는 거야? 그 아이큐로 내가 얼마나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아! 그래, 그래. 알았어. 무시는 내가 왜 무시를 해. 박명아란 사람을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하는데.'

그럼 그렇지, 거 봐, 아이큐 132의 공부 잘 한 사람도 꼼짝을 못하잖아. 그러니 분수의 나눗셈이 뭐가 중요하냐고…… 그렇지,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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